<오후여담>‘캡틴큐 퇴장’의 逆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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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 논설위원

최초의 국산 양주로 알려진 ‘캡틴큐’가 올 연말쯤 단종(斷種)된다. 이 술이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가짜 양주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제조사는 물론 그룹 전체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대하다는 롯데 측 판단에 따른 조치다. 형제간 ‘막장 싸움’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롯데 측으로선 궁여지책일는지도 모른다. 회사 관계자는 “남은 캡틴큐 주정 약 9000병분이 모두 소진되면 이 술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했다.

캡틴큐 역사는 굴곡진 인간사와 판박이다. 수입 규제로 외국산 양주가 귀했던 1980년 처음 등장한 이 술은 출시 첫해 1000만 병이나 팔릴 만큼 ‘대박주(酒)’였다. 한 병에 그때 돈 3000원으로 저렴한 데다 휴대하기에도 편리해 대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양주로 불린 캡틴큐는, 실은 럼(rum)의 향을 가미한 일반 증류주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40∼50대에겐 ‘지독한 숙취’를 각오하고 들이켜야만 하는 ‘공포주’로도 기억된다.

캡틴큐의 운명이 추락하기 시작한 건 2000년 이후다. 생산된 그 많은 술이 왜 시중에선 볼 수 없는지 수상쩍다는 소문이 나돌다 이 술이 가짜 양주의 원료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최근에도 이 술을 섞어 만든 가짜 양주를 서울 강남구 일대 유흥업소에 내다 판 일당이 붙잡히는 등 ‘캡틴큐 잔혹사’는 진행형이다. 하지만 캡틴큐 생산량 대부분이 가짜 양주 제조용으로 소비되는 양 오해받는 건 일종의 ‘일반화의 오류’다. 우선, 캡틴큐를 이용하는 방법은 가짜 양주 제조 수법 중 일부라는 점이다. 가짜 양주 중엔 마시다 남은 술을 말 통에 한데 모아 고급 양주병에 넣는 사례가 훨씬 더 많다. 또 하나는 캡틴큐 소비자들이 아직도 제법 적지 않다는 점이다. 독주(毒酒)를 선호하는 외국인 선원과 지갑이 얇은 이주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달걀 비린내 같은 잡냄새를 없애는 데도 이 술이 쓰인다.

가짜 양주 양산의 빌미 제공자는 ‘부어라 마셔라’식 폭탄주 문화다. 무분별한 음주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 한 가짜 양주의 퇴장은 요원할 뿐이다. 그나저나 마셔도 머리만 아플 뿐 인체엔 크게 해롭지 않은 ‘캡틴큐 폭탄주’가 사라지면 공업용 에탄올이나 메탄올 등을 마구 들이부은 ‘사람 잡는’ 폭탄주가 그 자리를 꿰차고 눌러앉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