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공화국’ 골목 닭집 3만6000곳…KFC 10년새 237→166곳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치킨 가게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국내 치킨 가게가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의 치킨 전문 브랜드 KFC의 국내 매장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토종 치킨’의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프랜차이즈 통계(16개 업종)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현재 치킨 전문점 수는 2만2529개로, 편의점(2만5039개)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표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치킨 가게 수는 훌쩍 늘어난다. 특히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호프집 등 타업종과 치킨 판매를 병행하는 상점들까지 합치면 국내 치킨 가게는 3만 개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13년 KB카드 개인 사업자 가맹점을 상대로 한 현황 조사결과, 국내 치킨 전문점 수는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6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조사는 닭강정과 불닭 등 치킨을 주 판매 업종으로 하는 사업체는 더하고, 닭갈비나 찜닭, 삼계탕, 닭꼬치 등을 파는 곳은 제외했다.

이 연구소 분석대로라면 국내 치킨집은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2013년 기준, 3만5429개)보다 많은 셈이다.

국내 치킨 전문점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치킨 가게를 많이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제한된 내수 시장을 놓고 자영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제대로 영업을 해 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 사이 개인 사업자 창업은 949만 개, 폐업은 793만 개로 이를 단순 비교하면 생존율은 16.4%에 그치고 있다. 폐업한 자영업자 중에서도 치킨 가게 및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이 전체의 22.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입 장벽이 낮은 치킨집 등의 창업이 많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FC의 경우 2004년 미국 내 5500여 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2013년에는 4500여 개로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2001년 237개였던 매장 규모가 2013년에는 166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