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애슬레저, 아웃도어처럼 ‘국민복’ 될까

애슬레저(Athleisure) 패션. 애슬(Athletic·운동)과 레저(leisure·여가)의 합성어로, 스포츠웨어지만 일상에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뜻합니다. 최근 국내 한 스포츠용품 업체는 수년 전 심혈을 기울여 론칭한 아웃도어 라인을 없애고, 애슬레저 룩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습니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10대부터 중·노년층에게까지 불어닥쳤던 등산복 열풍이 이젠 식었다는 거죠. 아웃도어 거품이 곧 빠질 거라는 예측은 진작부터 있었는데요. 실제로 아웃도어 라인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업체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국민복(服)으로 누리던 영화가 새 트렌드에 서서히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애슬레저 패션이 부상하게 된 ‘시각적’ 원인을 굳이 꼽자면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컷입니다.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한 손엔 생수(때론 커피), 그리고 한쪽 어깨엔 돌돌 말린 요가 매트가 있습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 선글라스로 가려진 눈.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이 여배우가 요가클럽에 다녀오는 중이라는 걸.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능도 있지만, 이 복장은 심미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멋스럽습니다. 성장이 정체된 미국 의류업계에서 애슬레저 부문이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건 바로 이러한 패션성 때문입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전통적인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갭과 같은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그리고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애슬레저를 앞세워 매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예인들이 공항패션으로 애슬레저 룩을 선보이고, 애슬레저 룩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편집숍도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애슬레저 라인을 별도로 출시할 정도입니다.

사실, 애슬레저 열풍을 이끄는 근원은 몸에 대한 관심입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들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지요.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 개인 강습을 받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운동 관련 행사도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3000여 명이 참가한 ‘어반애슬론’이라는 달리기 대회가 열렸는데요, 하반신 근육이 도드라지는 레깅스를 입고, 팔에는 스마트폰을 부착하고, 이어폰을 낀 채 달리는 20~40대 러너들은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게 스타일리시했습니다.

패션계에선 애슬레저 마케팅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건강과 몸,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라이프스타일도 바람직하고요. 하지만, 어반애슬론의 ‘몸짱’들 사이에서 헐떡대며 달리던 저는 처음엔 부끄럽다가 이내 씁쓸해졌습니다. 애슬레저 룩을 입는다는 게 운동하는 사람, 몸매 관리를 하는 사람, 더 나아가 그럴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임을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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