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TV 속 직업,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13일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란은 낯선 이름이 장식했습니다. 조재범. 그는 12일 배우 한혜진의 둘째 언니와 결혼했죠. 사실상 일반인과 일반인의 개인사입니다. 그런데 왜 포털사이트 인물 검색 정보가 없는 ‘조재범’이라는 이름은 이토록 화제였을까요? 아하~ 그의 직업은 셰프였습니다.

그야말로 셰프 전성시대입니다. 백종원, 최현석, 샘킴, 이연복 등 TV에서는 매일 다양한 셰프를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이름은 수시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죠. MBC ‘무한도전’ 가요제 편에서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른 출연자의 정체를 추측하며 MC 정준하가 “이쯤 되면 셰프 한 명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던진 농담에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 이유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셰프들이 출연하는 ‘먹방’이나 ‘쿡방’을 즐겨 봅니다. 가끔은 주방으로 들어가 어쭙잖게 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하죠. 그러면서 매번 느낍니다. ‘역시 요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셰프들이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음식에는 상당한 내공이 양념으로 가미됩니다. 이른바 ‘손맛’인데요. 그런 경지에 이르기까지 셰프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죠. 그래서 가끔 생각해봅니다.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셰프가 되기 위한 저들의 힘들었던 과정을 보여줄 순 없을까?’

TV가, 예능이 거기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능의 본령은 ‘웃음’인 만큼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거죠. 하지만 거기서 그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TV가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여전히 위력적이기 때문이죠. 특히 판단 능력이 아직 부족한 어린이들은 TV 속 모습을 현실과 동일시합니다.

지난 7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생 6만3862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여학생의 경우 교사(17.8%)와 연예인(11.2%)에 이어 요리사(8.5%)가 3위를 차지했고, 남학생의 경우 요리사가 선호 직업 6위(4.6%)에 올랐다고 합니다. 같은 기관이 2013년 실시한 조사에서 요리사가 순위권에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TV 속 이미지가 어린이들의 판단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저 역시 학창시절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속 주인공이 신문방송학과 대학생인 것을 보고 동경하다가 실제로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입학 후 알았죠. 언론사에 입사한 선배 중에는 신문방송학과 전공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요. 셰프 열풍도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질 겁니다. 아마도 그들의 이름과 얼굴만 대중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겠죠. 그 기억 한편에는 셰프의 이미지가 아니라 본질도 남아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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