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6.19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16일(金)
노벨상과 문학의 쓸모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외딴 섬에 고립된 당신에게 책 한 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책을 갖고 싶으신지요. 저라면 생존에 필요한 가이드북을 선택할 것 같은데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 영국 리즈대 명예교수는 소설책을 원했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바우만 인터뷰집 ‘사회학의 쓸모’(서해문집)에서 그는 섬에 고립된다면 소설책을 갖고 가겠다며 로베르트 무질, 조르주 페렉,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진정한 삶에 대한 진리를 추구한다면 카프카, 무질, 보르헤스, 페렉, 쿤데라, 미셸 우엘베크에게 힌트를 얻는 것 외에 좋은 방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평소 지식이 세분화돼 사회학도 인간을 경이로운 복합체가 아닌 부품들의 집합체로 재현하는 시대에, 온전하게 삶 전체 모습을 통찰하는 것은 소설밖에 없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책은 후배 사회학자 미켈 야콥슨 덴마크 올보르대 교수와 키스 테스터 영국 헐대 교수가 2012~2013년 바우만을 여러 차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문답으로 정리한 것으로 좋은 삶과 좋은 사회에 대해 사회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바우만은 문학의 쓸모를 언급하며 소설과 사회학은 형제관계라고 했습니다. 이 형제는 ‘커튼에 구멍내기’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커튼에 구멍내기’는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커튼’에서 세르반테스에 대해 쓴 표현입니다. “전설로 짜인 마법의 커튼이 세계 앞에 걸려 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가 여행을 떠나게 하여 그 커튼을 찢도록 했다.” 쿤데라는 예단(pre-judgement)이라는 커튼, 전설화된 기존 문법을 찢는 행위가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노벨문학상 발표를 전후해 뛰어난 세계 문학 작품들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출판사들이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의 작품을 준비해 내놓은 결과입니다. 올해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여성 200명을 인터뷰해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나왔고, 노벨상 단골 후보들인 케냐 작가 응구기와 시옹오의 ‘피의 꽃잎들’, 이스마엘 카다레의 ‘돌의 연대기’, 아모스 오즈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노벨상이 세계 문학의 유일한 권위도 아니며 최근엔 우리에게 낯선 작가들이 잇따라 선정되면서 한국에서 갖는 위상과 영향력이 낮아졌지만 이들을 죽 펼쳐 놓고 보니 바우만이 이야기한 ‘문학의 쓸모’를 충실하게 담아낸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오락화되고 소설도 영화 원작이 최고인 시대에 그 가치는 더 빛납니다. 이번 주말, 이들 중 한 권 펼쳐 보는 것, 어떠신지요.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욕정 주체 못한 황후도 매춘했던 ‘향락의 제국’
▶ 윤석열·강용석·조윤선·이정렬…파란만장 ‘연수원 23기’
▶ ‘北핵공격 대비’ 벙커 파던 美백만장자, 작업자 사망에 9년..
▶ 전설들도 따돌린 류현진…개막 후 14경기 ERA 다저스 역..
▶ 50代 판사, 법원서 판결직후 심장마비로 ‘사망’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지하벙커 작업하던 청년 화재로 사망…검찰 “北핵공격에 편집증적 집착”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해 자택 지하에 ‘핵 벙커’를 만들다 작업..
mark전설들도 따돌린 류현진…개막 후 14경기 ERA 다저스 역대 1위..
mark50代 판사, 법원서 판결직후 심장마비로 ‘사망’
욕정 주체 못한 황후도 매춘했던 ‘향락의 제국’
日 니가타현 최대 진도 6강 지진…일부 지역 쓰나미..
“손혜원, 보안정보로 부동산 차명매입”
line
special news 홍문종 “의원 40∼50명 거느리는 당 될 것…정계..
탈당 기자회견 열고 “한국당 역할 기대할 수 없어…탄핵은 촛불 쿠데타”“朴 전 대통령과 컨택 없다 할 수..

line
여야, 국회 일정합의 불발…문의장 “합의안되면 24..
“당 내부 ‘슈퍼 갑’ 마인드가 결국 황교안브랜드 망..
윤석열·강용석·조윤선·이정렬…파란만장 ‘연수원 2..
photo_news
김병현 “수제버거 배달왔습니다”…光州一고 사..
photo_news
美공군, 중·러 대응 마하 5 극초음속 미사일 시..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옆집 여성 훔쳐보고 죽음으로 내모는… 상류층의 ‘위선’
[인터넷 유머]
mark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 mark정치인과 노조의 공통점
topnew_title
number 고흥 바닷가 40대 여성 시신, 계획적 자살 무..
‘회삿돈 370억 횡령’ 회사원 구속…“명품·유..
“BTS, ‘스타디움 투어’ 936억원 벌었다…티..
日작가, TV예능서 한국인 기질 비하…“손목..
탈북 현인애 “北 장마당 여성 대상 권력형 성..
hot_photo
KIA 이범호 은퇴 결정 “많은 고민..
hot_photo
소지섭, 61억원 빌라 매입···“신혼..
hot_photo
비아이 마약폭로 한서희 “악플·루..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