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소설보다도 깊은’ 만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설, 이 만화에 질 것 같다.’

호시 요리코(41)의 만화 ‘아이사와 리쿠’(이봄·사진)에 대해 아동문학가 가네하라 미즈히토 호세이대 교수가 내린 평가입니다. 가네하라 교수는 2004년 21세에 ‘뱀에게 피어싱’으로 일본 최고의 아쿠다 가와상을 받은 가네하라 히토미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이 표현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의 평가는 틀리지 않습니다. 올해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작인 ‘아이사와 리쿠’는 그 어떤 소설보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번 주 북 리뷰 톱에 쓴 장르 문학이나 만화는 흔히 본격 소설에 뒤진 하위 장르로 취급되지만 ‘시대와 대중적 감수성에 대한 저격’이라는 점에서 생각하면 이런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필로 스케치하듯 느슨하게 그린 만화 주인공은 14세의 아이사와 리쿠. 세상과 사람에게 마음을 닫은 소녀입니다. 그에게 세상은 세균 덩어리이고 어른은 거짓말쟁이며 사람은 귀찮은 존재일 뿐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녀의 정체를 모릅니다. 오히려 특별한 존재로 여깁니다. 이유는 마음만 먹으면 흘릴 수 있는 눈물 때문입니다. 그녀는 곤란하거나 귀찮은 상황에선 눈물을 쏟아내고, 사람들은 감동해 버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작 무엇이 진짜 슬픈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녀가 이렇게 메마른 건 가족 때문입니다. 세련되고 능력 있는 아빠. 집안 살림에 완벽한 엄마. 하지만 아빠는 아르바이트생과 바람을 피우고, 엄마는 알면서도 모른 척합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들의 대화 역시 완벽합니다. 부모의 비밀을 아는 아이사와는 어느 날 아빠의 불륜 상대를 초대해, 그녀가 아빠에게 선물한 앵무새를 죽이려 합니다. 이를 계기로 주인공은 간사이 지방의 고모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됩니다.

그곳은 아이사와가 싫어하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대가족과 사투리. 시끄럽고, 거칠고, 스스럼없는 데다 필요 없는 관심이 넘치고 음식은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그녀는 절대 물들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무한하게 자신을 받아주는 따뜻한 분위기에 자꾸 마음이 풀어지려 합니다. 그 첫 증상은 언젠가부터 가짜 눈물을 흘릴 수 없다는 것. 여러 사건들을 거쳐 결국 그녀는 진짜 울음을 터트리게 됩니다.

마음은 이렇게 따뜻한 이해 속에 열린다는 것, 마음을 열어 진짜 울 수 있을 때 진정 강해지는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 그것이 우리를 구하겠지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 따뜻하게 이해하는 주말 되십시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