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속기업, 인재가 좌우한다>‘사색가형’ 金대리에 “넌 아는게 뭐냐” 질책은 절대 금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삼화타워 3층 SK텔레콤 러닝센터(learning center)에서 ICT 시스템 태스크포스(TF)팀 직원들이 ‘팀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에니어그램으로 성격 분석… 상사-부하‘맞춤 소통’팁 줘

3개 테마 9개 코스로 구성… 250개팀 중 110개팀 이수

응집력·변화 실행 가속화 등 침체 분위기 쇄신위해 마련

‘내가 맞은 건데…, 내가 틀린 느낌.’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삼화타워 3층 SK텔레콤 러닝센터(learning center). 문성욱 SK텔레콤 인재개발원 강사가 화면에 이 같은 문구를 띄우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물었다. “이게 뭘까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한 직원이 슬그머니 손을 들더니 “본부장 보고?”라고 답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 강사가 “매일 있는 일”이라고 힌트를 주자, 이번에는 “퇴근 시간”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정답은 ‘정시 퇴근’이었다.

또 다른 문구 ‘그냥 믿어줘, 그냥 보내줘’에 대해 “꾀병?” “오후 반차?” 등의 대답이 나왔지만 정답은 ‘회식자리’였다. 재미있는 문구들은 최근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짧은 시를 SNS에 올려 인기를 얻고 있는 시인의 글들이다.

몸풀기 2라운드는 옆자리에 앉은 직원과 어깨동무를 한 뒤 두 직원이 각각 나머지 한 손만을 이용해 귤껍질이 끊어지지 않게 길게 까는 시합이었다. 문 강사가 ‘시작’ 사인을 내자 탄식이 쏟아졌다. 귤은 좀처럼 까지지 않았고, 껍질은 쉽게 끊어졌다. 문 강사는 “두 분의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아이스 브레이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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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러닝센터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팀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SK텔레콤의 전체 250개 팀 중 110개 팀이 신청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 태스크포스(TF)팀’ 12명의 구성원이 참여했다. SK텔레콤은 상반기 5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이에 따라 다소 침체된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SK텔레콤의 팀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은 ‘팀 에너지’ ‘팀 스피릿’ ‘팀 퍼포먼스’의 3개 테마와 9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자는 ICT 시스템 TF팀이 선택한 팀 에너지 테마의 구성원 상호 이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팀 에너지 테마는 ‘에니어그램’ 등 심리검사를 실시해 구성원 상호 간의 이해를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이를 통해 생동감이 넘치는 활기찬 팀을 만든다는 취지다. 팀 스피릿 테마와 팀 퍼포먼스 테마는 각각 응집력과 성과를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마치고 본격적인 에니어그램 검사에 들어갔다. 에니어그램은 간단한 질문들을 통해 개인의 성격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뒤 각각 성격의 장단점을 보여주는 심리검사다. 이날 검사에 참여한 직원 중에는 9번 유형인 ‘중재자’가 가장 많았다. 중재자는 갈등이나 긴장을 피하는 평화주의자로 마음이 넓고 동요되는 일이 없으며 강한 인내심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중재자는 편견이 없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할 줄 알아 타인의 고민을 잘 들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동화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기자는 5번 유형인 사색가였다. 5번 유형은 현실을 파악하는 관찰력이 뛰어나지만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해 말이 적고 태도가 조심스럽다.

단순히 성격을 분류하고 알려만 줘서는 의미가 없다. 프로그램에서는 유형별로 직장생활에 유용한 팁도 제공했다. 머리를 주로 쓰는 5∼7번 유형의 상사에게는 아침에 사실만 간단히 보고하는 게 좋다.

특히 지적인 해당 유형의 후배에게 “아는 게 뭐야?”라는 힐난은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가슴이 따듯한 2∼4번 유형 상사에게는 친밀감을 형성한 후 보고하는 게 중요하며 해당 유형의 후배에게 “참 이기적이네” 같은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참가한 직원들은 서로의 유형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