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전승훈 기자 jeon@
아이오와 코커스 D-2개월… 美 대선 이상기류
미국 대선 경선의 시작을 알리는 내년 2월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채 2개월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유권자 성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이 반대로 바뀌는가 하면, 사회적 계층에 반하는 투표 성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누가 블루 스테이트를 레드로 물들이는가’는 특집 기사에서 “민주당이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고 있는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이 최근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루 스테이트’는 민주당 강세, ‘레드 스테이트’는 공화당 강세를 보이는 주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주는 켄터키주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랜드 폴 상원의원이 2010년 “복지 반대”를 외치면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이 시작이다. 지난 11월 3일에는 메드케이드(빈곤층 의료보험) 확대 적용을 취소하겠다고 공약한 공화당 맷 베빈이 주지사에 당선됐다. 베빈 주지사는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의 지원을 받은 후보로, 켄터키주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배출된 것은 1931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에 불과하다. 실례로 베빈 주지사는 켄터키주 서부에 위치한 파이크 카운티에서 55%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20년 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수치라고 NYT는 전했다. 메인주에서도 11월 선거에서 반(反)복지를 내건 폴 르페이지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또 웨스트버지니아·아칸소·테네시주 등도 최근 블루 스테이트에서 레드 스테이트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된 2014년 인구조사 결과도 이 같은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인구가 하루 1000명꼴로 블루 스테이트에서 레드 스테이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유입이 증가한 상위 10개 주 중 9개가 텍사스주 등 레드 스테이트였다. 반면 인구 유출이 가장 많았던 10개 주 중에는 뉴욕주 등 8개가 블루 스테이트였다.
NYT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사회적 계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구축한 사회안전망 혜택을 받았지만, 경제적 지위가 빈곤층에서 한두 계단 상승한 백인 노동계층이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에 표를 던지고 있다. 본인들의 정체성을 빈곤층과 차별화하면서 다른 행태의 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 주로 교사나 모텔 종업원, 주유소 사장 등과 같은 직업군 계층으로, 빈곤층에 대한 무차별적 복지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빈곤층과 섞여 사는 지역에서는 복지 수혜자와의 비교가 쉽기 때문에 이런 반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캐슬린 에딘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빈곤층에서 벗어난 노동계층이나 낮은 임금의 중산층에서 ‘나는 저런 빈곤층이 아니다’는 의식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사회보장 혜택을 받고 있는 계층은 거의 투표를 하지 않는다. 석탄 산업 몰락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2012년 대선 투표율은 51개 주에서 50번째로 낮았다. 투표율 하위 10개 주에서는 최근 공화당 지지율이 급속히 올라갔다.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는 반면, 공화당 유권자는 결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련한 건강보험개혁안인 ‘오바마 케어’에 가입한 빈곤층이 1490만 명에 달하지만, 이 수치가 실제 민주당 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YT는 “정책 결과와 투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낮은 투표율은 많은 유권자가 정치적 과정에서 심각하게 유리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세금 문제가 이런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람들이 세율이 높은 주에서 낮은 주로 이동하면서 각 주의 전통적인 정당 지지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구 유입이 크게 늘어난 상위 10개 주 중 5개는 소득세가 없다. 반면 지난해 총 11만2236명이 떠나간 뉴욕주는 소득세율이 6.65∼8.82%로 상당히 높다. 헤리티지 재단의 스티븐 무어 방문연구원은 “세율에 따라 인구가 이동하면서 부가 이동하고, 결과적으로는 각 주의 전통적인 정치적 지지 성향도 바꿔 놓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