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위해 ‘관계불편한 日’과 손잡는 中의 실용

정부 “국제 경제 협력 바람직”
원론적 입장… 구체언급 꺼려

이르면 3월 각료급 경제대화
日, 경제적 위상 과시 의도도

중·일 양국이 처음으로 정기적인 경제 분야 협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 일본 정부 당국자의 고압적인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 등을 의식해서인지 중·일 간 경제·금융 협의체 신설 방안에 대해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6일 중·일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금융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기구를 연내에 신설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가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양국 간의 경제·금융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기구가 신설된다면 두 나라 모두 긍정적인 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르면 오는 3월 각료급 고위 경제 대화가 도쿄(東京)에서 개최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양국 간 경제협의체를 통해 △중국 과잉설비 해소와 국유기업 재편 △일본 기관투자자의 위안화 적격 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 취득 △중·일 통화스와프협정 체결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이 같은 보도는 ‘일본 측의 희망 사항’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일본보다는 미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력이 더욱 필요하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일본의 영향력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일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금융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기구가 연내에 신설될 것이라는 이번 보도가 흘러나오는 것은 일본이 중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세계 경제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