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족·메뚜기족·캥거루족… 영화관 ‘꼼수 관객’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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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많아…직원, 통제 역부족
기본예절 지키는 시민의식 필요

한 해 동안 영화관을 찾는 관객 2억 명 시대가 열린 지 3년. 영화 산업 규모만 따지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꼼수’ 관객 때문에 영화관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일명 뻐꾸기족, 메뚜기족, 캥거루족으로 나뉜다. 뻐꾸기족은 요일, 좌석, 상영시간 등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한 영화관 좌석등급제를 시행하며 등장했다. 값이 싼 티켓을 구입한 후 입장해 영화가 시작되기 전 더 비싼 값을 내야 하는 등급의 빈 좌석으로 옮겨 앉는 식이다. 뒤늦게 좌석의 주인이 도착하면 영화 상영 중임에도 서로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메뚜기족은 소위 ‘관타기’로 영화관들을 누비는 관객이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일단 구매한 티켓을 보여주고 입구만 통과하면 여러 관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표를 산 영화가 끝나기 전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나간 후 다른 영화관으로 옮겨가곤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다른 영화 티켓을 구매한 후 ‘19금 영화’ 상영관으로 몰래 숨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멀티플렉스 CGV 관계자는 “직원들이 수시로 통로를 오가며 메뚜기족을 막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라며 “티켓 구매 시 주의 사항을 당부하지만 이를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난감해 했다.

평일 낮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캥거루족들이 ‘민폐’를 끼치곤 한다. 3~4세 아이를 데려온 부모가 티켓을 1장만 끊은 후 아이를 무릎에 앉히는 것이다. 아직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떠들어 타 관객들의 영화 관람을 방해하기도 한다. 한 20대 여성 관객은 “앞자리에 앉은 부모가 어린아이를 좌석과 좌석 사이 팔걸이에 앉히더라”며 “쑥 올라온 아이의 머리가 시야를 가려 불편했다”고 말했다.

각 극장은 영화 상영 전 휴대폰 사용 자제, 발로 앞좌석 차지 않기, 퇴장 시 쓰레기 정리하기 등의 내용을 담은 홍보 영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외에도 타인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극장 문화를 망치는 관객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CGV 측은 “좌석점유율이 높은 주말보다는 영화관이 한산한 평일에 이 같은 일이 벌어져 타 관객들의 피해 접수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예절이 지켜져야 영화 관람문화도 더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