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의 역습>“中은 투자 허투루 하지 않아 한국을 ‘인큐베이터’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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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문 에이전트 레디차이나 배경렬 대표
韓流 콘텐츠 고유성 지켜야

“중국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습니다.”

중국 전문 에이전트 레디차이나 배경렬(사진) 대표가 지난 5년간 중국 현지에서 일하며 내린 결론이다.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류를 잠식한다고 하지만, 아무 때나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누구보다 굳게 지갑을 잠그지만, 과감한 영입이 필요할 때는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을 제시한다. 거대한 자본력과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규제, 과연 중국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중국에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인가요.

“분명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동등한 시장으로 보진 않습니다. 시장의 크기가 다르니까요. 중국 시장 발전을 위한 ‘인큐베이터’로 보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태양의 후예’가 방송된 후 현지의 반응은 어떤가요.

“다시 활황입니다. 너도나도 ‘좋은 한국 콘텐츠 없느냐’고 문의가 옵니다. 한국의 질 좋은 콘텐츠를 인정하는 거죠. 중국 인구가 14억 명인데 한국과 축구 경기를 하면 매번 집니다. 양으로 이길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중국인도 잘 압니다. 그래서 한류를 받아들이는 거죠.”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이후 규제가 강화됐듯,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없나요.

“중국이 가장 무서운 건 예측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별 그대’로 인해 저마다 한류를 찾자 사전심의와 수입규제 조항을 도입했죠. 또 다른 규제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그에 발맞춘 콘텐츠로 헤쳐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통제가 힘들어진다고 느끼면 중국은 자본력을 앞세워 인력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통째로 가지려 할 겁니다.”

―실제로 중국이 이미 여러 한류 기업의 대주주가 됐습니다. 종속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나요.

“한국은 자금이 필요하고 중국은 콘텐츠가 필요한데 두 요건을 충족시키니 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하지만 투자와 지분 확보를 단순한 ‘종속’으로 보는 건 위험해요. 중국 이전에 일본도 그런 움직임을 보였지만 한류는 굳건하지 않습니까. 한류 콘텐츠의 고유성을 잃지 않는다면 오히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얻은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PD나 작가 등 전문 인력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요.

“대단히 좋습니다. 한국에서 ‘수억’을 벌었다면 중국에서는‘수십억’ 단위죠.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인력들은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요. 중국 업체와 일할 때 예의와 성실함이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야 합니다. 자본력에 위축돼 작품의 방향성이 흔들리면 흥행에 실패하고, 결국은 외면받게 되죠.”

―‘관시’(연줄)가 실제 중국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필요합니다. 관시가 있다면 관공서에서 20일 걸릴 일을 1시간 만에 처리해주기도 하죠. 하지만 관시를 형성하는 방법은 세대마다 다르고 매번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자란 중국인과 해외 유학파의 성향은 전혀 다르죠. 중국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기회의 땅이지만, 길을 잃고 헤맬 만큼 넓은 곳이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오랜 시간 관계를 형성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