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고분양가 규제보다 부동산 시장 주체의 자제 필요

예상한 대로 아파트 고분양가 탐욕이 화를 불렀습니다. 최근 나온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말이죠. 국토교통부는 7월부터 주택 분양자 1명이 같은 시기에 받을 수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 대출보증을 2건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동안은 보증 횟수나 보증 한도에 제한이 없었지요. 물론 보증 제한이 없어서 분양가가 급등하고, 분양권 불법전매와 청약통장 거래, 다운(가격을 낮춘)계약서 작성 등이 횡행한 것은 아닙니다. 규제 완화와 저금리로 갈 곳 없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그나마 경기가 살아 있는’ 부동산(특히 주택 분양)시장에 몰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죠.

실제 올 상반기 돈은 부동산 분양시장에 과도하게 몰렸습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3.3㎡당 4000만 원이 넘는 고분양가에도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고,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청약경쟁률도 최고 9000 대 1이 넘는 곳이 나왔지요. 이들 지역은 청약 증거금만 최대 수백억 원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상반기 주택 청약시장으로 뛰어든 1순위자만 150만4479명(6월 28일 기준)이나 됐고요. 이는 지난해 상반기 127만7452명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청약 열기가 이어지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너무 빨리 치솟았지요.

고분양가는 강남권 재건축조합의 의지가 작용하지만 브랜드파워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들이 일조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주거시설만큼은 공공성도 감안해야 하는데 재건축조합들의 논리에 편승, 고분양가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죠. 모처럼 살아난 부동산 시장에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떨어진 것은 주택이 공공재 성격을 외면(고분양가)하면 여론을 등에 업은 정책 당국의 규제가 들어온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재건축조합과 건설·시행사들은 주택시장 과열에 편승하기보다 자제를 통해 규제를 피해야 합니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에 대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허구에 불과합니다. 규제로 분양가격이 내려가면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일회성 단순 규제로 분양가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는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상황’의 전조(前兆)일 수 있습니다. 이번 규제 조치로 일부 재건축 조합의 고분양가 욕심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경우 앞으로 또 다른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지요. 규제의 중첩은 결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재건축조합과 건설·시행사는 고분양가를 자제하고, 정책 당국은 규제보다 단속과 현장지도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건전화를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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