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性폭행 피해 여중생 조롱 악플 ‘위험수위’

사건 책임 여성들에 돌리고
붙잡힌 남성 22명은 옹호
피해자·가족들 정신적 상처

고교 시절(2011년)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성 22명이 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지만, 온라인에서는 피의자를 옹호하거나 심지어 피해자를 조롱하는 악성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도 미성년자인 피해 여성들이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정신적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일보가 1일 이번 사건 관련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A 인터넷 사이트 게시글 등을 살펴본 결과, 익명성 뒤에 숨어 피해 여성들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가 먼저 꼬리 치지 않는 이상 남자가 먼저 손댈 일 없다’ ‘여자애들이 술이나 마시고 다니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것’ ‘대개 그런 일은 1∼2년이 지나면 추억으로 여겨진다’ ‘22명의 남자(피의자)들이 모여서 정신적 피해보상 소송을 해야 한다’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 가족들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며 “지나친 악성 게시글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전남 신안군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때는 피해자의 신상 정보라며 엉뚱한 교사의 사진 등을 인터넷에 올린 A 사이트 회원들이 고소당했고, 언론 보도에 피해자를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던 경기 파주시 공무원에게 대기발령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쓴 글로 다수에게 주목받고 싶어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게시물을 올리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며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말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대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