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뱅’ 인터넷전문은행>“銀産분리 규제, 인터넷 전문은행 조기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

전문가 “사후책임강화 등 규제 패러다임 확 바꿔야”

“힘센 친구가 힘 약한 친구 때릴까봐 아예 학교를 못 나오게 만드는 게 지금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입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규제 정비 대상으로 꼽히는 은산분리를 현행보다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인터넷 전문은행의 조기 정착을 위해선 과감한 규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은행법은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기업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 행사는 4% 이내만 가능하다. 연내 출범을 계획하고 있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행법에 발목이 묶여 KT와 카카오가 각각 8%,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경우 일반기업(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하고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5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인터넷은행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이 지분을 토대로 주도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지 주목된다. ‘기업의 은행 사금고화’ 가능성 때문에 은산분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빼먹지 않고 거론되는 게 저축은행 사태다. 과거 대주주 기업의 지시에 따라 부실 대출을 일으키는 등 일부 저축은행이 사금고로 전락했던 것처럼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반박도 있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는 은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례가 아닌 오히려 시장 참가자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민화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인터넷 전문은행 발전의 걸림돌은 기술이 아닌 은산분리 규제”라며 “사후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인터넷 전문은행 성공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