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최악 상황’>대우조선, 21조 ‘금융사기’ 벌이며 100억 ‘성과급 잔치’

- 檢, 고재호前사장 기소 내용

경영진회의서 분식회계 지시

천문학적 액수의 회계사기(분식회계)를 저지르고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남상태(66)·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행태는 경영 비리의 ‘막장’을 보여준다. 이들이 9년간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회계장부를 속여온 것이 들통 나지 않을 정도의 허술한 시스템이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을 예고한 셈이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27일 구속된 고 전 사장을 재판에 넘기며 밝힌 기소장에는 회계사기를 통해 정부 당국과 금융기관을 속이고 이를 통해 ‘성과급 잔치’를 벌인 모럴 해저드의 극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우조선은 2012∼2015년 고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순자산 기준 5조7059억 원의 회계사기를 저질렀다. 아예 영업이익 관련 자료도 이중으로 관리했고, 고 전 사장의 지시로 전 조직이 회계사기에 가담했다. 특히 경영진 10여 명이 모이는 ‘비공개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고 전 사장은 “매출 인식을 조기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회계사기를 지시했다. 조기화란 현재 손실이 계속되고 있으니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서 실현될 이익을 당겨온다는 의미다.

고 전 사장은 이 회의에서 수차례 “올해 영업이익이 제로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프로젝트 하나의 손해가 우리 회사 순이익보다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만큼 최악의 경영 상태임을 경영진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이 택한 것은 경영정상화가 아니라 회계사기를 통한 ‘위기와 부실 감추기’였다.

이들은 이렇게 만든 가짜 회계 장부를 바탕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했고 이를 활용해 금융기관에 4조9000억 원의 대출을 받는 등 총 21조 원에 달하는 사기를 저질렀다. 회계사기를 통해 꾸려진 가짜 경영 실적을 토대로 성과급 잔치도 벌였다. 임원 성과급은 99억7000만 원, 종업원 성과급은 4861억 원 지급됐다. 회사는 망해가는데 이들은 사장부터 나서서 회사의 위기는 숨기고 성과급만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