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침실밖으로 나온 ‘파자마룩’ 잠들지않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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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 사람, 잠옷 입은 거 아니야?”라고 외치면 조금 뒤떨어져 보일지도 모르겠다. 파자마 차림으로 외출한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 등 세계적인 패션 도시에서 시작된 ‘잠옷 바람’이 서울에도 불기 시작했다.

놈코어(편안함과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룩이 패션 트렌드 전반을 이끌면서 몸에 너무 붙지 않는 루즈핏, 약간 크게 입는 오버사이즈 스타일이 유행하더니, 급기야 집 옷이 집 밖으로 나온 것.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에 입는 옷,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옷, 파자마가 거리로 진출한 거다.

여름 바다의 시원한 파도처럼, 펄럭이는 모습이 멋스럽다. 파자마 차림새는 상·하의 세트로 된 ‘진짜’ 파자마 타입부터 슬립원피스 , 실내용 가운인 로브 형태 등 다양한 홈웨어 스타일을 총칭한다.

◇ 파자마, 침실 밖으로 = 트렌드라는 오묘한 현상은 주로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서 주도하곤 한다. 파자마룩도 마찬가지다. 발렌티노, 지방시, 캘빈 클라인, 엠포리오 아르마니, 드리스 반 노튼 등 이미 런웨이는 지난해부터 파자마가 점령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는 2016년 봄·여름 대표 상품으로 아예 파자마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봄엔 호텔에서 대규모 파자마 파티를 열었다. 당연히 드레스코드는 파자마. 나오미 캠벨, 제시카 알바, 니콜 리치 등 패션 하면 떠오르는 셀러브리티(유명인)들이 몸소 파자마 패션을 선보이며, 이번 시즌의 핫 트렌드를 알렸다.

파자마는 본래 헐렁한 상의와 바지가 한 세트를 이루는 잠옷. 네크라인이 깊게 V라인으로 파였고, 바지는 통이 넓다. 또, 옷깃과 끝단 등 테두리가 둥글게 마감처리 돼 있으며, 테두리 컬러는 주로 파자마의 컬러와 대비돼 포인트가 된다. 이러한 파자마의 디자인적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게 바로 파자마 스타일로 분류된다. 알렉산더 왕은 파자마 상의를 응용해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재킷 형태를 선보였다. 국내에선 프리마돈나가 눈에 띈다. 짙은 녹색과 파랑 등 복고 느낌이 물씬 나는 컬러와 실크 소재 파자마가 오래된 영화 속 침실을 보는 듯하다.

◇슬립원피스, 가장 여성스러운 파자마룩= 영화 속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슬립원피스는 파자마룩 중 가장 여성스러운 스타일. 매끄럽고 부드러운 새틴 소재나 시폰 소재로 된 슬립원피스는 컬러와 패턴, 그리고 함께 매치하는 레이어드 아이템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심플한 단색 슬립원피스는 보색을 이룰 수 있는 컬러풀한 티셔츠를 이너로 착용하면 한결 경쾌해진다. 여기에 재킷이나 카디건 등을 매치하면 우아하고 단정하다.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슬립원피스라면 최대한 단순한 화이트 티셔츠가 제일 좋은 짝이다.

파자마룩을 대표하는 건 상·하의 파자마지만, 여성들 사이에선 실용적인 슬립원피스의 인기가 가장 높다. 겹쳐 입기가 가능해, 여름이 지나도 이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알렉산더 맥퀸은 봄·가을 컬렉션에서 슬립원피스를 보다 가벼운 느낌의 란제리 드레스로 변주해 선보였다. 보다 여성스럽고 섹시한 느낌이 가미됐다.

◇ 로브, 실내용 가운에서 우아한 외출복으로 = 파자마룩의 인기에 힘입어 실내용 가운인 로브도 외출복이 됐다. 슬립원피스 위에 살짝 겹쳐 입던 이 부드러운 홈웨어는 단추나 지퍼 등 여밈 장치 없이 허리끈으로 묶도록 디자인됐다.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 덕에 재킷이나 코트를 대신할 가벼운 아우터로 각광받고 있었는데, 최근엔 레이스 소재 로브가 해외 유명 패션 하우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SJYP가 지난봄 서울 그랜드하얏트 테니스코트에서 개최한 컬렉션 쇼에서 로브를 선보였다.

로브는 남성들이 파자마룩을 시도하기에 알맞은 아이템이다. 패턴이 화려한 로브는 여름철 휴가지에서도 돋보인다. 허리끈을 묶는 스타일도 있고, 단추 형태로 된 것도 있어서 ‘잠옷’ 느낌이 덜하다. 로브뿐 아니라 셔츠형 파자마룩도 남성들에게 인기다. 드리스 반 노튼의 파자마 셔츠는 메릴린 먼로의 얼굴이 감각적으로 프린트돼 있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조화가 세련돼 보인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럭키슈에뜨·드리스 반 노튼·프리마돈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