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일손 부족한데 보고하느라 방역 구멍”

복지부 ‘메르스 백서’ 발간

밀접 접촉자만 격리 급급
추가 확진자 행적 놓쳐
“감염병 관리체계 개혁 필요”

지난해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과정에서 역량 부족과 미숙함 등으로 대응에 잘못이 있었음을 정부가 29일 공식 인정했다.

초기 대응 실패는 물론, 국민 불안과 인터넷 괴담 대응의 한계, 의료기관 정보 공개 문제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역학조사 역량 부족 등 국가 공중보건체계의 총체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지난해 메르스 대응 과정에 참여했던 현장전문가 등 관계자 46명과 대응인력 245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2015 메르스 백서: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를 발간했다.

메르스는 2015년 5월 20일 첫 확진 환자를 시작으로, 그해 12월 23일 유행 종료를 선언한 날(217일)까지 사망자 38명, 환자 186명, 격리자 1만6693명을 발생시키며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초유의 사건이었다.

백서에 따르면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정부는 수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2m 이내 1시간’ 밀접 접촉자만 격리하다가 추가 확진자를 놓쳤고, 확진 환자 발생·경유 의료기관명을 제때 공개하지 않아 국민적 불안감과 불신을 키웠다. 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격리자 관리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졌고, 역학조사관도 부족한 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임시직이어서 신종감염병 유행과 특성 파악도 제때 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은 메르스 이전까지 국가 공중보건체계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백서에 공개된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점이 확인됐다. 대책본부 관계자 30.2%만이 사전에 신종감염병에 대한 교육이나 대응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방역 최정점에 있는 중앙대책본부가 허둥대는 동안, 일선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은 없는데 보고할 곳은 많다”는 아우성이 이어졌다.

신속대응도 어려웠다. 메르스 발생 이후 보고 과정에서도 ‘보고 대상이 불분명함(33.0%)’ ‘보고 대상이 많음(21.3%)’ ‘동일 내용에 대한 중복 보고 많음(14.9%)’ 등 본부 관계자 절반 이상이 당시 보고체계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 대책본부 관계자의 64.5%는 메르스 대응 과정 전반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의 위기소통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서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부적으로 △질병관리본부 역량 강화 △지자체 감염병 관리 조직 확보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 강화 △중앙과 지자체, 의료기관 간 감염병 관리 네트워크 구축 △감염병 감시 체계와 정보시스템 강화 △신종감염병 대비·대응 자원 비축과 관리체계 구축 △격리 병상 관리와 감염병 진단 및 진료 제공체계 구축 △공중보건 위기 예산 확보 △신종감염병 시대에 맞는 위기소통 역량 강화 △감염병 관리에 대한 윤리적 문제 개선과 심리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