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엄정 수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과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별도수사팀’ 검토 배경
형사·조사부 이야기 나오지만
어떤 결과 내놔도 신뢰 힘들어
전직 총장들에 먼저 전화 상의
靑·법무부선 만류 기류도 존재
일각에선 ‘抗命’ 단어까지 나와
김수남 검찰총장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은 그만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동시 수사하게 된 검찰의 곤혹스러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결과를 내놓든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김 총장의 ‘장고’(長考)가 ‘특별수사팀’이라는 정면돌파 카드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도 김 총장은 두 사건의 배당을 놓고 고민을 계속했다. 전직 검찰총장 등 검찰 원로들에게도 먼저 연락해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이라는 아이디어는 김 총장의 오랜 고민과 원로들과의 상의 끝에 나온 결론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형사부나 조사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수준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총장은 “형사부나 조사부 외에 다른 수사 방법을 찾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다른 수사에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검찰이 효과를 본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이 특별수사팀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무엇보다 검찰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총장의 의중이 특별수사팀에 기운 것으로 판단되자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서 김 총장을 만류하는 기류도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권 일각에서는 ‘항명’이라는 단어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이 22일 배당을 하지 않고 하루 더 시간을 끈 것에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정 부에 배당할 경우 사건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뿐더러 수사의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특수부 등에 배당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만큼 별도의 팀을 꾸리는 것이 최소한 검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는 모양새는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논란, 진경준 전 검사장의 비위 등으로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우 수석에 대한 수사마저 정권에 휘둘린다거나 뭉갠다는 비판을 받을 경우 조직 자체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의 성격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 스스로 사건 배당을 놓고 장고가 이어지면 온갖 억측이 나올 것임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고민을 계속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 수석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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