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9일 부산 사상구 주례로 동서대 총장실에서 대학 발전 전략과 미래형 대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서대 제공
- ‘경성대와 협력체계 구축’ 장제국 동서大 총장
한 대학이 모두하는 시대 끝나
양교 자원 교대로 활용하면서
필요한 콘텐츠는 외부서 소싱
내 철학은 ‘낙오자 없는 교육’
대입 준비 탓 발휘 못한 재능
‘달란트 개발실’ 통해 적극지원
창조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미래형 대학’을 완성하기 위해 국내에는 없는 ‘조립(assembly)형 대학’이라는 파격적인 실험을 하는 대학이 있어 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동서대는 지난 8일 부산 경성대와 학점 교류는 물론, 교수진과 캠퍼스 시설 및 강의 등 학교 자산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립형 대학 간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9일 부산 사상구 주례로 동서대 총장실에서 만난 장제국 총장은 경성대와의 협력시스템 구축을 ‘부산발(發) 대학공유 혁명’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립형 대학’ 구상은 미래 대학들의 변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장 총장으로부터 그가 구상하는 미래의 대학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총장이 꿈꾸는 ‘미래형 대학’은 어떤 모습인가.
“예전에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이 현재 대학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면 적어도 6번은 직업을 바꿔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대학이 기존 방식의 교육을 고수하면 안 된다. 새로운 교육방법이 필요하고 교과내용도 대폭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동서대에는 수업에 들어오기 전 미리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고, 실제 수업에서는 토론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O2O(On line to Off line)수업’을 도입한 전공도 있다.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는 게 미래형 대학의 궁극적인 목표다. 모든 교과과정이나 목표가 비슷한데, 그 틀을 깨고 창조적 형태의 교육방법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조립형 대학’이란 생소한 개념을 처음 사용했는데, 어떤 개념인가.
“애플의 경우 디자인은 본사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하고 조립은 세계 최고 부품을 조달해 중국에서 조립한다. 아이폰 뒷면을 보면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고 쓰여 있다. 마찬가지로 동서대와 경성대가 교과과정은 각자의 교육철학과 노하우에 따라 특성 있게 디자인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는 양교가 이미 보유한 자원을 적극 공유하면서 활용한다는 의미다. 하나의 대학이 모든 것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필요한 콘텐츠는 외부에서 조달해 고유의 교과과정 목적을 달성하면 된다.”
―이번 경성대와의 협력체계가 기존 다른 대학들의 협력체계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기술과 기자재를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대학은 영화·영상에 특화돼 있다. 이를 위해서는 카메라 등 고가의 기자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슷한 분야에 특화된 두 대학이 기자재를 중복으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 동서대와 경성대에 있는 과목을 비교해 중복되지 않게끔 배정한 뒤 그에 맞는 고가의 장비를 교대로 구매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대학들과도 협력관계를 넓힐 것인가.
“더 많은 지역 대학이 참여하게 되면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난다고 본다. 그러나 우선은 두 대학이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고 싶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다른 학교에도 참여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두 대학이 합의한 분야에서부터 착실히 실적을 쌓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싶다.”
―(4년제 대학) 수시모집이 12일부터 시작된다. 동서대가 강점을 가진 특성화 분야를 소개한다면.
“동서대는 설립 당시부터 특성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영화·영상, 디지털콘텐츠, 정보·기술(IT), 디자인 등이다. 이 덕분에 이 분야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부산은 영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을 설립했다. 학생들이 국내외 최고 수준의 감독과 배우들로부터 교육을 받는다. 실제 양질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제5회 메릴랜드국제영화제’에서 동서대 출신인 김결 감독의 장편영화 ‘프란시스의 밀실’이 최우수외국어작품상을 수상했다.”
―동서대는 국제화 사업을 잘 추진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우선 미국과 중국에 현지 캠퍼스가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알자는 취지에서 캠퍼스를 열었는데,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발상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아시아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므로 아시아에 나가 공부하며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동서 아시아 이니셔티브 프로그램’도 있다. 여름방학 동안 10개국에 10개 팀을 파견하고 있다. 동서대는 아시아 50여 개 대학이 연합으로 만든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 설립대학이기도 하다.
―교육철학이 무엇인가.
“낙오자 없는 교육이다. 사실 낙오자는 없다. 단지 어떤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낙오자로 낙인을 찍는다. 개발도상국 시절의 발상이다. 모든 사람은 고유의 재능과 소명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틀이 그것을 무시하게 한다. 동서대에서는 ‘달란트 개발실’이 있는데 고교 때 입시 준비를 하느라 잊어버린 자신만의 재능을 찾아주는 곳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훌륭하게 성장한 예가 수없이 많다. 인구도 줄고 있는 마당에 낙오자라고 낙인 찍을 만한 여유가 우리 사회에 과연 있을까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부산 =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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