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조정역할’ 검증대 오른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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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 이후 지지율 급상승
외교전문가 이미지 ‘기대감’

실제 성과 적어 ‘무능론’도
與도 중도하차 대비책 고심

북핵은 반기문(얼굴) 유엔 사무총장에게 레드카펫이 될 것인가, 지뢰밭이 될 것인가.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한반도를 달구는 ‘신(新) 북풍’이 반 총장의 대권가도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총장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정국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국민일보·리얼미터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25.9%를 기록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8.2%)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유지했다.

8월 이후 실시된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도 21.8%였던 반 총장 지지율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22.8%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 총장을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정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남북문제로 보수층이 결집했고, 보수층이 외교 안보 전문가로서 반 총장을 주목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자’에 대한 기대감은 곧 반 총장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풍부한 국제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북핵 문제 해결에는 거의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 동안 있으면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며 반 총장의 임기 중 성과를 평가 절하했다.

실제 지난해 5월에는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허락했다가 이튿날 돌연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정가에는 “반 총장이 망신을 당했다”는 말이 돌았다.

반 총장에 대한 해외 언론의 혹평도 반 총장의 대권가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을 향해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엔의 투명인간”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 “반기문 신화는 생각보다 허약하다”며 “원래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한국 몫이었고, 원래 다른 사람이 가게 돼 있었는데 그분의 유고로 대타로 그 자리에 가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 총장의 중도 탈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로 반 총장이 중도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권 다른 주자들도 언제든지 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져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