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한국영화 산실, 3년간 ‘촬영 대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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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주종합촬영소 전격 매각

건설업체와 1100억원에 계약
내년 폐업…2020년까지 공백
부산촬영땐 제작비 1.5배 증가
강우석 “역사적 공간,유지돼야”

한국 영화의 산실인 남양주종합촬영소(사진)가 전격 매각돼 촬영 대란이 예상된다. 매각 계약에 따라 남양주촬영소는 내년쯤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져 오는 2020년 부산글로벌종합촬영소가 개관하기까지 공백기간 동안 영화 제작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지난 17일 한 건설업체와 남양주촬영소 매각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2010년부터 매각을 추진해온 남양주촬영소는 첫 공고 때 매각 예정가가 1229억 원이었던 것이 계속 유찰되며 최근 16차 공고에선 1003억 원으로 낮아졌고, 최종 1100억 원에 계약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진위는 매각 대금을 부산촬영소 건립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옆 부지(6235㎡)에 신사옥을 짓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 부산시, 기장군은 6월 실시협약을 맺고, 부산 기장군 77만6863㎡ 부지에 부산촬영소를 2017년 연말쯤 착공해 2020년 9월 개관하기로 했다. 애초 5개 실내 스튜디오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형과 중형 스튜디오 1동씩 짓는 것으로 확정됐다.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매각 예정가보다 더 많이 받았다”며 “남양주촬영소 매각이 지연되며 차입을 통해 부산촬영소 건립을 추진하려 했었기 때문에 절차상 해결할 문제들이 많다”고 밝혔다.

1997년 개관한 남양주촬영소는 경기 남양주시 132만3113㎡(약 40만 평) 부지에 실내 스튜디오 6개를 비롯해 다양한 오픈 세트장과 녹음실 등을 갖췄다. 1993년 일부 개관 때 이곳에서 ‘투캅스’를 첫 촬영한 강우석 감독은 “투캅스를 비롯해 많은 영화를 이곳에서 촬영했다”며 “또 시설을 늘리기 위해 직접 세트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 이런 공간이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니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하는 사람들이 영화산업을 일반 제조업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잘 안되면 엎어버리고, 구조조정을 하려 한다”며 “한국 영화의 역사가 쌓인 공간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남양주촬영소에서 ‘신과 함께’를 촬영 중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미리 대체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촬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부산촬영소에서 촬영을 진행하면 숙박비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촬영 장비가 부산까지 가려면 최소 1.5배의 비용이 증가한다. 또 표준계약서에 따라 스태프들의 이동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돼 제작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부산촬영소에 5개 지으려던 스튜디오를 2개로 줄인 것도 문제”라며 “크기 보다 개수가 더 중요하다. 대형 제작사에서 스튜디오를 잡아버리면 중소 제작자들은 들어올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영화 촬영 공백에 대한 기본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제작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다양한 방안을 만들겠다. 예산확보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공식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