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미래 달렸다>AI 의사·로봇 약사·體內 의료기기… 건강기반경제로 ‘성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메디컬 코리아 & K-호스피탈 페어 2016’에서 관람객이 전시된 로봇 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부. 정책 대전환 - ① 보건·의료분야

보건의료 - IT 경계선 사라질것
바이오·헬스 폭발적 성장 예상

심박수측정 의류 등 이미 선봬
2026년엔 AI에 의한 질병진단

원격 로봇수술·모니터링 포함
시·공간경계넘은 서비스 가능

유전체정보·모니터링 결과 분석
질병예측·위험관리 시대로 전환

건강·개인정보 공유 확대따른
사생활 노출·정보조작 우려도

‘웨어러블 의료기기.’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심박 수와 호흡을 측정하는 의류가 등장하면서 나타난 단어다. ‘인공지능(AI) 의사’는 암 진단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 길병원에서 모습을 보인 IBM의 AI인 ‘왓슨’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기기들은 모두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등장했지만, 이제는 우리 실생활에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평가받는 바이오 헬스 분야에서 이런 혁신적인 연구·개발(R&D)은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빠른 변화에 대응한 의료법 개정과 보건·의료 분야에 남아있는 각종 규제 철폐 등 정책적 변화도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은 이런 상황에 영향받지 말고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앞으로 바이오 헬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면서 관련 첨단장비가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보건의료와 전자·정보 간 경계선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주역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23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티핑포인트’(균형을 유지하던 상태에서 이를 깨고, 한순간에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가 될 기술이 2020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대부분이 보건 산업과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혁신적 보건의료기술=바이오 헬스 업계는 2022년에는 1조 개 센서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되면서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영국 국가의료제도(NHS)는 IoT 테스트베드(시험대)를 구축해 당뇨 디지털 코치, 기술통합 건강관리 사업 등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에는 세계 인구의 10%가 인터넷이 연결된 의류를 착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출시된 스마트워치 수준을 넘어 의류에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것이다. 패션기업인 ‘랄프로렌’은 애플워치와 연계해 심박 수와 호흡 등을 측정하는 의류를 개발한 바 있다. 다른 기업들도 심박 수와 호흡 등을 측정하는 의류를 출시하고 있다. 2023년에는 최초로 이식형 모바일이 상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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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공심장박동기나 ‘인공 와우’(귀 내부 달팽이관) 등이 인체에 이식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통신·위치·동작 및 건강모니터링 기능 등이 체내에 이식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빌 게이츠 재단은 외부 원격제어로 동작하는 이식형 피임기구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비만 환자의 지방 수준을 관찰, ‘배부름’을 느끼는 물질을 생성해 캡슐 형태로 제작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또 2023년이면 인류의 90%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예약과 병원 평가 정보 조회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성인의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2024년에는 가정용 기기가 가정 내 인터넷 통신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커넥티드 홈(The Connected Home)’이 실현되면서,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별도의 인력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다.

2026년에는 AI가 각종 질환의 진단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IBM의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의 암 진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로봇 약사가 등장한다. 3D 프린팅으로 인체 장기가 제조되기도 한다. ‘놀라운 혁신’이 인류를 기다리고 있다.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 및 개인정보가 활발히 공유되면서 사생활 노출, 정보의 조작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는 곧 사이버범죄에 악용될 가능성과 연결된다. 보건·의료 분야 로봇으로 대체되는 직업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와 인간 소외, 윤리적 문제 등의 난제도 인류의 머리를 아프게 할 것이다.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환=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변화는 R&D와 임상시험, 제조, 시술·투약, 간호 등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제품의 R&D 비용 및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의약품 개발 등에 있어서도 임상시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경우 모니터링 데이터, 유전체 정보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질병을 예측해 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현재의 보건 산업 영역을 규정하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미 보건 산업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보건·의료와 소비재 경계영역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산업도 해외 진출을 비롯해 원격 로봇수술, 원격 모니터링 등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구글, IBM 등 헬스케어와 관련이 없었던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들이 잇따라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T업계뿐 아니라 관광, 주택 등 그동안 건강과 관련이 없었던 산업에서도 건강이라는 요소를 중요한 미래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건강 관련 활동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헬스케어 영역의 확장 결과 미래에는 건강이라는 요소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이른바 ‘건강기반경제(Health-based Economy)’로 변화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초연결, 초지능 사회로 발전함으로써 우리는 그간 겪을 수 없었던 다양한 보건·의료 산업의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