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 국민 우롱 ‘창조정치’”… “정치권, 국가미래 위해 통큰 합의를”

시민들 “꼼수” 싸늘한 반응
TK 지역도 “배신당한 느낌”

일각 “1·2차때보다 진일보
법적절차따른 퇴진 지켜볼것”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진퇴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시민들은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 정치’ ‘국민을 우롱하는 창조정치’라고 하는 등 전반적으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또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번복한 것에 빗대, 대통령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큰 결정을 내린 만큼 여야가 합의해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장인 박모(52) 씨는 30일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탄핵을 피하고 정치 분란을 일으키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야말로 민심을 배반한 ‘창조정치’로, 구체적인 퇴진 시기와 방법을 밝혔더라면 이렇게까지 실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모(여·36) 씨는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계속 거부한 것처럼, 나중에 정권 이양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또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보수 성향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조차 “대통령 거취 문제는 정치적 게임이 아니다”며 “진퇴 문제를 여야 합의에 맡긴 것은 대통령 스스로 의사 결정 능력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블로그와 SNS 등에서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지쳐가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6차 촛불집회에 나갈 ‘전투 의지’를 되살려줬다” “국민에게 자괴감만 들게 하는 우롱정치나 다름없다” 등 비판적인 글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 민심도 다르지 않았다.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만난 김성용(57) 씨는 “올해 총선 때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을 믿고 비박(비박근혜)계인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에게 반감을 가졌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옥계동에 사는 박모(35) 씨는 “국회에 공을 넘기는 것을 보고 반감만 더 심해졌다”며 “박 대통령 때문에 그의 아버지 생가가 있는 구미의 이미지까지 나빠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모(73) 씨는 “대통령이 자기 거취까지 국회에 맡긴 마당에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통 큰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대통령이 거취 문제를 스스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1·2차 담화보다 진일보했다고 본다”며 “입법부의 합의와 법적인 절차에 따라 퇴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