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박영수特檢의 특별한 의미와 正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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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와 옷로비 수사에서 시작됐던 특검(特檢)은 이번 최순실 사건으로 열두 번째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처럼 나름의 성과를 보인 팀도 있었지만, 대개는 시간과 노력·비용에 비해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조직과 인력, 전문성 등이 검찰 전체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검의 한계가 뚜렷한 점도 있지만, 핵심 쟁점을 속 시원히 밝혀낸 특검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특검은 달라야 할 것이다. 특검 대상의 범위 및 사안의 중대성도 역대 최고라 할 수 있으며, 특검의 규모도 사상 최대이지만, 무엇보다 특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역대 어느 특검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 상황이며,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 내의 여당과 야당들이 보여주는 정략적 태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최순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고, 정유라를 비롯한 최 씨 일가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이들을 비호했던 대통령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대통령 측근들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권력의 부패가 어디까지 번져 있는지 의혹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가운데 검찰의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곧 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국정의 혼란과 민생의 고단함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현 상황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데 골몰한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을 더욱 절망하게 한다.

도대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며, 어디에서 내일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찾아야 하는가. 박영수 특검은 이런 국민에게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아직도 정의(正義)를 위해 올곧게 노력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며, 이들의 힘을 통해 내일을 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과 복잡성, 제한된 인력과 시간, 그리고 현직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특수한 사정 등이 특검에 큰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특검의 비중도 커지고, 국민의 기대와 우려 또한 작지 않다. 더욱이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거부하면서 특검의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특검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일각에서는 박영수 특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나 최재경 현 민정수석과 특별한 친분이 있다는 점, 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 자신이 밝혔듯이 특검의 역할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하는 것뿐이며,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와 같은, 혹은 소설과 같은 기막힌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주변에 정말로 진실과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온몸을 던져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이 그 진정성을 느끼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안도를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최순실 특검은 단순히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특검이 아니라 국민의 국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촛불을 키울 수 있는 특검이 돼야 한다. 만일 희망의 촛불이 꺼질 경우에는 국민이 촛불 대신 무엇을 들어야 할지 알 수 없으므로, 그런 사태는 정부와 국회, 모든 국가 기관들과 모든 국민에게 더 큰 불행이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