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공간>여고생때 첫 시집 ‘꽃숨’… 영역·한계 없는 작품에 해외서도 주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정희 시인은…

문정희 시인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진명여고 재학 중에 여고생 신분으로 첫 시집 ‘꽃숨’을 펴내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타고난 문재(文才)로 동국대 국문과에 진학해 당대 최고 시인인 미당 서정주의 제자가 됐다.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지난 47년간 15권의 시집을 지었다. 일찌감치 꽃을 피운 화려한 이력이 말해 주듯 시인의 작품엔 영역과 한계가 없어 보인다. 낭만주의적 색채를 띠면서도 여성의 성과 소외, 이성과 감성, 생과 운명, 저항과 비애 등을 잘 단련된 시어로 두루 다뤘다. 시집 ‘남자를 위하여’ ‘아우내의 새’ ‘오라, 거짓 사랑아’ ‘나는 문이다’ ‘다산의 처녀’ ‘카르마의 바다’ ‘응’ 등은 그의 폭넓은 관심과 뜨거운 감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산문집도 펴냈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치명적 사랑을 못한 열등감’ 등이 있다. 특히 지난달 발간한 ‘치명적 사랑을 못한 열등감’에는 김지하·서정주·파블로 네루다 등 국내외 문인들과의 숨겨진 인연이 일대기처럼 펼쳐져 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 등이 번역 소개됐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 등 9개 국어로 번역 출판된 시집만 12권이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목월문학상,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최우수예술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을 받았다. 스웨덴 노벨상 수상시인 하리 마르틴손 재단이 수여하는 시카다(Cikada)상도 수상했다.

모교인 동국대 교수와 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제40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