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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09일(金)
기업 등 600곳 회원 ‘재계-정부 소통창구’ 국가경제 성장 기여 明 정경유착 진원 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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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79년 지상 20층의 전경련 회관을 건립했고, 이후 기존 건물을 허물고 2013년 12월 지하 6층, 지상 50층으로 재건축했다. 연합뉴스
▲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한 가운데 허창수(앞줄 오른쪽 첫번째) 전경련 회장이 증인들을 대표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사태로 존폐 기로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존폐 기로에 서 있다. 과거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 창업세대 기업인들이 주축을 이뤘던 시절, 전경련은 경제성장은 물론 88올림픽 유치와 같은 국가적인 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현재 전경련은 국가 경제정책에 참여하기는커녕 기업을 대변하는 기본적인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경련이 깊이 연루된 최순실 사건까지 터지면서 전경련 해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전경련이 해체될 것인지 아니면 진정성 있는 내부 개혁을 통해 발전적 변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설립 배경과 목적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설립됐다. 5·16 군사정변 직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 함께 한국경제인협회를 설립한다. 설립 과정에서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은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병철 회장은 초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설립 배경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대기업들이 공동의 구심점을 필요로 해 만든 단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당시 부정축재 문제로 단죄를 받을 처지에 놓인 대기업들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급조한 단체라는 시각도 있다.

이후 1968년 주요 민간기업,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회원을 늘리면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명칭 또한 현재의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바꿨다. 전경련은 정관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데 설립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 조직 구성

현재 전경련 회원사 수는 600여 개다. 전경련 회원자격은 시장경제의 창달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이라는 전경련 설립목적에 동의하는 기업이면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입회신청서를 제출하면 이사회와 회장단 회의에서 심의한 뒤 회원가입 승인을 통보하는 절차를 따른다.

사무국은 총회의 위임을 근거로 상근부회장 중심으로 운영되며 조직은 △경제본부 △산업본부 △사회본부 △국제본부 △회원사업본부 △기획본부 △홍보본부 등 7개로 이뤄져 있다. 경제본부와 산업본부는 우리나라의 경제·산업 정책을 연구,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며 사회본부는 사회공헌 활동을 주로 한다. 국제본부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 경제 협력을 추진한다. 전체 인원은 130여 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자유경제원은 전경련과 관련이 깊다. 한경연은 1981년 당시 정주영 전경련 회장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연구기관이며 자유경제원은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센터를 전신으로 하며 지난 2000년 전경련으로부터 분리·독립했다.

3 역대 회장들

지금은 다소 의미가 퇴색됐지만 전경련 회장은 흔히 ‘재계 총리’라고 불린다. 우리나라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대기업 그룹들이 전경련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장은 재계의 불화나 정치권과의 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비상근이라 월급은 물론 판공비도 없다.

회원사를 포함해 경제·사회계 명망가 추천을 통해 추대 형태로 보통 2월에 열리는 이사회, 총회 등을 거쳐 선출된다.

전경련의 산파 역할을 했던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고 이정림 대한유화 사장, 고 김용완 경방 회장, 고 홍재선 쌍용양회 회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77년 4월부터 1987년 2월까지 10년간 전경련을 이끌면서 전경련의 전성 시대를 열었다.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전경련의 위상과 자율성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구자경 전 LG그룹 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재계 실세들이 줄줄이 그 자리를 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전경련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그룹 등 주요 대기업 그룹의 사회적 위상 비약적 증가, 신규 회장단 영입 고충,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하는 신규 회원사 확보 미흡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고 김각중 경방 회장,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강신호 전 동아제약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011년부터 전경련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4 어떻게 운영되나

전경련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회원 가입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 여기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에 있는 전경련 회관 임대를 통한 수익도 운영비로 쓰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비는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회원사들에는 매년 이를 보고하고 있다”며 “전경련 회관은 전문 건물 관리업체에 위탁해 관리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 수익을 제외한 회비는 4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요 대기업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최순실 사건으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대기업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 혹은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삼성그룹이 내는 연간 회비는 약 1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도 매년 50억 원 수준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그룹 회비만 합쳐도 전체 회비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5 성과

설립 배경은 차치하고 전경련은 1960·70년대 우리나라 고도경제성장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1961년 설립 이후 1962년 울산종합공업지대 건설에 관한 건의서 제출, 1963년 수출산업촉진위원회 발족, 1964년 한국수출산업공단 창립 등 다양한 사업을 했고 1968년 개칭 이후에도 1980년 기업풍토 쇄신을 위한 기업인대회, 1983년 수입자유화대책본부 설치, 1984년 외채절감운동본부 설치, 1989년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기업인 다짐대회 등 우리 경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제시와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는 전경련과 기업인들의 저력을 보여준 계기였다.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서울이 경쟁 도시였던 일본 나고야(名古屋)를 제치고 하계 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6 정부와 유착

전경련이 도마에 올랐던 가장 큰 사건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부터다. 당시 전경련은 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대비용으로 밝혀진 일해재단을 위해 대기업들로부터 4년간 598억5000만 원을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고, 당시 전경련 회장이던 정주영 회장 등이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와야 했다.

전경련은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마련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공개돼 주요 회원사 회장들이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엔 22개 기업이 166억 원을 모금했던 ‘세풍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쌀·비료·경공업 원자재 등 4조5000억 원에 해당하는 현물을 북한에 지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사실 때문에 보수층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정부 때는 미소금융재단 설립을 위해 대규모 자금 출연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박근혜 대통령 때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의 세월호 반대집회의 참가비 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7 이번 사태로 드러난 문제

최순실 사건에서 전경련은 스스로가 정부의 비자금을 위해 출연에 동원됐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본연의 역할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번 사건에서 청와대 측이 주도적으로 자금 출연에서 기업별 할당 금액까지 세세하게 계획까지 내가며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했음이 드러났다. 반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청와대의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참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하며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 때문에 전경련 회원사 내부에서도 현재의 전경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전경련은 510개 기업과 86개 단체(공공기관 등) 등 총 600개 회원사를 거느리며, 이들로부터 연 4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권력자의 축재를 위해 돈을 받아가는 것 말고 전경련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8 외국 경제단체는

일본의 게이단렌은 전경련의 모태가 된 단체다.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 문제에 대해 조언 역할을 담당하고, 회원기업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 2차대전 이후 일본의 고속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1955년부터 54년간 장기 집권한 일본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대며 정경유착을 했다는 어두운 면도 있다. 게이단렌은 2002년 일본의 경영자총연합회에 해당하는 닛케이렌(日經連)을 통합하며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에는 200대 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1972년 설립돼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등도 BRT의 로비 대상이다. 1만4000개 업체가 가입해 미국 재계 최대 회원을 보유한 전미제조업협회(NAM)는 제조업기업을 위한 정책 연구 및 건의를 담당한다.

영국 산업연맹(CBI), 독일 산업연합(BDI), 프랑스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등이 전경련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9 해체시 영향

전경련 해체가 이뤄질 경우, 정부와 대기업 간의 소통창구가 일거에 없어져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전경련에 알리면 전경련이 산하 기업들에 전달하고 있는데, 전경련이 없다면 정부는 각 기업들을 전부 만나야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업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는 매개도 없어져 시장경제의 주체인 기업들과 국가경제를 이끌 정부 간의 소통이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고용 확대나 대규모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이 지연돼 단기간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며 “경제 정책이라는 기차에 기업들이라는 고객들이 올라타야 하는데 전경련이라는 역(플랫폼)이 없어 바라만 보게 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이 없다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나 협상 등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교역 대상국의 기업들과 만나며 현지 진출을 이뤄낸 경우가 많았는데 통일된 대표 단체가 없다면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지금보다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10 내부개혁 목소리

전문가들은 전경련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만큼 전경련의 무조건적인 해체에는 반대하고 있다. 엄연한 역할이 있는데 그 공백을 메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요 이유다.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쪽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다른 경제단체에서 대행할 수 없는 전경련만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전경련의 기능과 역할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정치와 거리를 둔 채 정책 평가와 제언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연구소 등은 보수적인 경제 정책, 국방, 대외관계 연구로 그 명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표하는 ‘세계 싱크탱크 보고서’에서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상위권에 오른 반면, 한경연은 조사 대상 6000개 연구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한경연의 현재 기능을 더욱 강화해 권위 있는 연구소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전경련이 가야 할 길”이라고 지적했다.

유회경·박준우 기자 yoology@munhwa.com
e-mail 유회경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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