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김무성 이어 유승민까지 脫黨 수순밟기… 최대 40여명 동참

親朴, 원내대표 선점 이어 劉 비대위원장 카드 거부
당장 실행 현역은 10여명…중도보수의 제4지대 전망

새누리당의 분당(分黨) 시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자신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를 통해 사실상 당권을 재장악한 데 이어, 비상대책위원장 선정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에서도 당내 세력분포에 상응하는 지분을 갖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히는 등 비박(비박근혜)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간 비박계 탈당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온 유승민 의원도 탈당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비박계 의원들은 19일 오전 회동을 하고 비대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당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날 유 의원이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지만, 친박계가 ‘유승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자 추가 대응책을 논의한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해볼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도 “최선을 다했는데도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탈당) 결심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지했던 나경원 의원이 친박계 정우택 의원에게 패배했을 때도 “아직 비대위원장 문제가 남아 있지 않느냐”고 했었다. 하지만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에서도 당권을 놓지 않기 위해 △공동비대위원장 △친박계의 비대위 2분의 1 이상 인선권 등을 제안하자, 더는 당내 투쟁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박계는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해 당초 예고됐던 21일에도 전국위원회를 열지 않고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이어가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 탈당 결행 시점과 관련해 변수가 되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일단 이번 주까지는 사태 추이를 봐야 한다”며 탈당 시점을 크리스마스인 25일로 거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무성 전 대표에 이어 유 의원까지 탈당 쪽으로 기울면서 예상 탈당 규모도 점차 불어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탈당할 수 있다는 결심을 세운 현역의원 숫자는 10명 내외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역구 여론 눈치를 보던 일부 의원들이 서서히 탈당 불가피 쪽으로 돌아서면서 최대 40여명이 탈당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비박계 의원들의 중론이다. 한 재선의원은 “지역구에 가보면 새누리당을 지켜야 한다는 분들도 많지만, 친박들만 남은 당에서 뭘 더 할 수 있겠느냐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원내교섭단체(20명)를 구성할 수 있는 현역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면 일단 범(凡) 보수 진영까지 규합하는 중도 보수성향의 제4 지대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문(비문재인) 세력까지 합한 제3 지대까지는 아직 토론과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