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수돗물홍보협회가 신촌 차 없는 거리 앞에서 행인을 대상으로 ‘수돗물 빨리 마시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수돗물 ‘수질개선’ 시급
‘수돗물 직접 마시나?’설문에
경기 2.1%·부산 3.4% 그쳐
지자체, 수도관 교체 등 나서
상수도 좋아도 낡은건물 문제
“철저한 관리로 신뢰도 높여야”
“수돗물을 어떻게 그냥 마십니까? 끓여 먹든지, 정수해서 먹어야지요.”
서울시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상수원 관리와 정수설비 확충에 힘쓰면서 수돗물 수질이 실제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이 여전하다. 과거 부실 상황에 대한 인식 개선이 미흡한 데다 가끔 불거지는 상수원 오염 사고가 불신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수돗물을 브랜드화하면서 시민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민 인식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상수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인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적지 않다. 지난 2014년 기준 280ℓ다. 2012년 영국 기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세계 4위다. 이에 모든 지자체는 정수장에서 가정의 수도꼭지에 이르기까지 ‘먹는물 관리법’에 따라 엄격히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검사 종목만 59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시민은 드물다. 경기도가 지난해 7∼8월 도민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돗물 이용실태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조사 결과,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을 직접 마신다’는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2.1%에 불과했다. 또 울산시가 지난해 5월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직접 음용률은 4.6%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부산시와 대구시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도 수돗물 음용률은 각각 3.4%, 7.5%로 저조했다.
이유는 역시 불신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7∼8월 실시한 수돗물 이용실태 조사에서도 수돗물을 그냥 마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란 의견이 459명(45.0%)으로 가장 많았고, ‘막연히 불안해서’가 181명(17.8%), ‘냄새가 나고 맛이 없어서’란 의견이 140명(13.7%)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수돗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낙동강물을 원수로 이용하는 부산시는 올해 물복지 원년을 선포하고, 수도관 교체나 물탱크 철거 등을 통한 맑은 수돗물 공급에 팔을 걷고 나섰다. 부산시는 2015년 기준 53%인 수돗물 음용률(끓여 마시는 비율 49.6% 포함)을 오는 2025년까지 64%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경남도는 새로운 댐 건설을 통해 맑은 물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과거 낙동강 상류지역 오염으로 인해 수돗물 원수에 대한 불신이 높은 대구는 경북 구미 상류 지역으로 취수원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2018년까지 20만 가구의 노후 상수도관 교체를 목표로 2015년 3만2000가구 상수도관 교체를 완료한 데 이어 2016년에는 4만5000가구의 상수도관을 바꾸었다.
일반 수돗물을 병에 넣어 브랜드화한 ‘병입 수돗물’을 통해 수돗물 인식을 바꾸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2007년부터 ‘빛여울수’를 350㎖와 1.8ℓ 두 가지 용량으로 연간 70만 병을 생산, 수돗물 홍보용으로 광주비엔날레·광주충장축제·시민의 날·박람회 등 행사에 공급하고 있다. 대구시는 2011년 고산정수장에서 78만 병을 생산해 무료로 제공한 ‘달구벌 맑은 물’(350㎖)이 인기를 끌자 2015년 210만 병, 2016년 270만 병으로 공급을 늘렸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수돗물 인식을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2014년 기준으로 전국의 18만5708㎞의 상수관로 중 20년 이상된 노후 상수관로가 5만8235㎞로 약 31.3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지자체가 벌이는 상수도관 교체작업도 건물 입구까지만 이뤄져 노후 건물에 살고 있는 많은 시민은 어떤 좋은 상수원이 공급되더라도 옥내 배관 노후화로 인해 수돗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자체가 무엇보다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수원 수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공공 상수도관뿐 아니라 민간 건물 내부 상수도관 교체사업에 대해서도 적극 팔을 걷고 나서야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광주 = 정우천 기자 sykwak@munhw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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