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CEO들 트럼프와 접촉 잇따르는데… 국내 기업은 ‘속수무책’

국내기업 총수들 다수 ‘出禁’
‘해체위기’ 전경련도 못움직여
對美 민간 경제외교 ‘올 스톱’

소프트뱅크와 토요타, 알리바바,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등 글로벌 굴지의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환심을 사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기 위해 민간 외교 사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재계인사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에 발이 묶여(출국금지 등)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단체를 통한 접촉 역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체 위기로 몰리며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11일 경제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9일 미국 뉴욕 트럼트파워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만나 미국 농가와 작은 기업들이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과 아시아에 제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프랑스의 럭셔리 회사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CEO도 트럼프와 회동한 뒤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밝혔다. 앞서 일본 소프트뱅크, 토요타 등도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대선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표방한 트럼프 당선자에게 자신의 기업을 알리고 정책적 혜택을 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대미 경제 외교는 사실상 실종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이들 기업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대기업 총수들이 특검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경제단체 차원의 협력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단체 중 미국 재계와 협력은 전경련이 많은 역할을 했는데 전경련이 최순실 사건 여파로 와해 직전에 처해 트럼프 당선자 측과 협력에 대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사정이 워낙 어수선하다 보니 이를 트럼프 당선자 측에 알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정부 출범 초기 관계 설정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