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누워 산 환자에 세상 이어주는 스마트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김천수 씨가 지난 9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집에서 LG전자가 기증한 스마트폰 ‘V20’으로 음악을 감상하면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 근이영양증 투병 김천수씨

LG전자서 ‘V20’ 선물받아
음악 듣거나 블로그 활동도
“좋은 음질·배터리, 큰 도움”

“세계 최초로 ‘쿼드댁’(음악 파일을 소리로 바꾸는 기능을 4배 강화 )을 적용한 제품답게 음질이 매우 좋네요.”

LG전자 스마트폰 ‘V20’에 번들로 제공되는 ‘B&O 플레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감상한, 중증 장애인 김천수(38) 씨가 지난 9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이처럼 웃으면서 소감을 말했다. 김 씨가 제품에 대한 상세한 규격을 알고 있어 기자는 물론 함께 방문한 LG전자 직원도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 ‘해피맨의 해피하우스’에 올리는 게 낙이다.

김 씨는 8살 때부터 ‘근이영양증’을 앓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누워서 생활하고 있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이 약해지는 병으로 보행 능력은 물론 폐 기능이 떨어져 스스로 호흡하는 것도 어렵다. 사진을 찍거나 이어폰을 꽂기도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 한다. 김 씨는 61세 어머니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원금으로 살고 있다.

김 씨가 LG전자 사회공헌 담당자 앞으로 V20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공식적인 후원 창구를 통한 것이 아니어서 담당자는 고민했으나 감동적인 사정을 듣고 결국 스마트폰을 제공키로 했다. 김 씨는 메일에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V20의 뛰어난 음향 기능과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적었다.

코에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어 대답이 불편했지만 김 씨는 인터뷰 동안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였다. 김 씨는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 ‘스마일’이라서 블로그 명칭을 해피맨의 해피하우스라고 지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 씨에게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소통하는, 같은 병을 앓는 37명의 친구가 있다.

김 씨는 스마트폰을 직접 들고 조작하지 못해 PC와 연동해 마우스로 사용했다. 누운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도록 모니터가 머리 위에 매달려 있다. 김 씨는 “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카메라는 물론 음질이 좋지 않고 배터리 용량도 떨어져 장시간 음악 감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씨의 꿈은 제주도 여행이다. 김 씨는 “어머니와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며 V20의 광각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다”면서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밝게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성미 LG전자 CSR팀 과장은 “스마트폰이 김 씨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