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美우선주의’로 국제질서 재편… 충돌 - 타협 ‘常時共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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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구촌 ‘아메리카니즘’ 속으로

- 보호무역주의 강화
‘對美 흑자’ 中 등에 선전포고
알리바바·아마존·토요타 등
앞다퉈 ‘對美투자확대’ 약속
트럼프 무역정책에 일단 굴복

- 외교·안보‘힘을 통한 평화’
亞 동맹국들에‘무임승차론’
나토엔‘TTIP협상거부’카드
방위비 증액 압박 거세질듯
‘IS축출’ 러 등과 공조 가능성

전 세계의 시선이 미국의 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1월 20일)이 열리는 워싱턴DC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은 물론이고 정권 인수 과정에서 줄기차게 기존 세계 질서의 레드라인에 대한 도전을 천명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글로벌리즘으로 대표되는 세계화와 자유주의에 고별을 고하고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아메리카니즘’, 즉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로 요약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형성된 70여 년의 국제 질서를 뒤로하고 이제 미국은 ‘새로운 길’로 향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한반도 주변의 ‘스트롱 맨(강성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구축하는 세계 질서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전에 뛰어들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안보와 경제의 양면 위기 속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의 새로운 길, 트럼프 시대 개막’을 주제로 5회에 걸친 시리즈를 게재한다.

◇예고된 보호무역주의 충돌

트럼프 행정부의 상무장관 지명자 윌버 로스는 ‘미스터 보호무역주의(Mr. Protectionism)’로 불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력은 가난한 백인들이 갖고 있는 ‘불만’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글로벌 분업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공장을 차례차례 해외로 이전했고, 결과적으로 백인 중산층과 서민층은 일자리를 잃어갔다. 미국의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3657억 달러.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인 2000년과 비교해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하나의 중국’ 원칙의 폐기를 시사한 것은 중국을 겨냥한 일종의 보호무역주의 선전포고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해 모든 것이 협상 중(under negotiation)”이라고 답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 회장 등 CEO들은 앞다퉈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 아마존과 미국 기업뿐 아니라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 CEO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4일 “모든 이가 각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는 함께 행동하는 것이 더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의 연례 비공개 정책회합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위협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같은 답변으로 경고를 보냈다. 현재 각국은 제1위 경제 대국인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세계 경제가 싸늘하게 얼어붙어 자유무역주의가 급속하게 퇴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른손에 동맹, 왼손에는 비용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전후 70년 동안 유지됐던 미국의 동맹관계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1940년대 말 냉전체제가 형성되면서 공산주의 확산 위협에 맞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기치로 막대한 원조 제공국의 역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아시아 동맹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13일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는 ‘혜택을 공유할 때는 어떤 방위비든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해 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나는 나토와 다른 지역의 관련 협상을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2016년 말 기준으로 19조5000억 달러(약 2경3000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줄이지 않을 경우 미국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국인 한국은 직접적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액은 9320억 원(2015년 기준)으로 주둔 총 비용의 50% 정도다. 우리 국방부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산 무기구매액이 36조 원에 달하는 만큼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진행되는 방위비 증대 압박에서 우리가 예외가 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 카드까지 꺼내 들 기세다.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가 방위비를 증대하지 않으면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방위비 문제는 경제까지도 뒤흔들고 있다.

◇불확실성의 세계, 대립과 타협의 공존

미국우선주의 대외정책은 세계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중동 질서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슬람국가(IS) 축출을 위한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와의 공동 보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란 핵협상 합의를 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연계해 지속적인 대이란 압박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중남미산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도 공언해 왔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바(빗장)’를 높이는 사업가적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가난한 백인 중산층과 서민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당선된 트럼프는 엄포만을 늘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은 경제통상에서 보호무역주의, 외교적으로는 힘을 통한 평화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세계는 극단적인 대립과 타협이 공존하는 불확실한 상황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