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신청때 부정·비리 확인서 제출, 문제있는 대학 ‘재정지원’ 원천 차단

- ‘대학재정지원 매뉴얼’개정

기존엔 범죄정황 알 방법 없어
투명운영 대학 선별 지원 취지

교육부가 18일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 개정안은 부정·비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학교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대학에 선별해 재정지원을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거꾸로 부정·비리에 연루된 대학과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대학에 대한 제재 요건을 대폭 강화해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유라 씨 입학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여대를 겨냥하는 동시에 교육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서둘러 제도개선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전제에 따라 교육부는 부정·비리에 연루된 대학이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경우 평가 단계에서 기존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감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부정·비리로 총장(이사장)이 파면이나 해임(유형Ⅰ)되는 경우, 대학은 대학(기관) 단위 사업에 지원할 때 총점의 ‘4% 초과∼8% 이하’(기존 2% 초과∼5% 이하)를 감점받는다. 사업단(팀) 단위 사업은 감점 폭도 ‘1% 초과 2% 이하’에서 ‘1% 초과 3% 이하’로 확대됐다.

주요 보직자가 파면·해임(유형Ⅱ)되는 경우는 기존 ‘0.5% 초과~2% 이하’에서 ‘1% 초과∼4% 이하’(대학 단위 지원사업 기준)로, 주요 보직자 이상이 강등·정직(유형Ⅲ)은 총점 ‘0.5% 이내’에서 ‘1% 이내’(대학 단위 지원사업 기준)로 확대됐다. 특히, 입시·학사 관련 부정·비리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수혜 제한 기간을 종전 1년에서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수혜 제한 범위도 사업비 삭감뿐 아니라 새 사업 참여까지 제한토록 했다.

다만,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 관계자 등이 부정·비리로 기소될 경우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종전에는 사업비 전액을 집행정지했던 것에서, 삭감 가능한 최대 사업비(대학 단위 30%·사업단 단위 10%)만 집행정지하기로 했다. 향후 무죄 판결을 받았을 경우 대학이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사업별 최종 연도 말까지도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 집행·지급정지한 사업비를 삭감하고 환수한다.

재정지원사업 대상 대학의 관계자가 검찰·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도 교육부가 이를 사전에 알 수 없었던 문제점도 개선된다. 개정안은 수사를 받는 대학 측이 사업 신청서 제출 시 부정·비리 확인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해 수혜 제한 여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이 대학 내 구성원의 수사 여부를 교육부에 통보할 의무가 없어, 대학 측의 비위 사실을 교육부가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부정·비리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반대로 투명하게 운영되는 학교에는 재정지원 혜택이 집중적으로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