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6년 10월 22일 하노이국립인사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글날 기념 제7회 베트남연합축제에서 이혁 주베트남대사와 축제에 참가한 한국어 전공 베트남 대학생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VTV1
이 혁 駐베트남 대사
2016년의 마지막 밤 나는 VTV(베트남 국영TV)가 하노이의 호안끼엠 공원에서 생중계한 새해맞이 방송에 출연했다. 내가 베트남 국민에게 간단히 송년 인사를 드린 후 이어서 서울과 연결돼 보신각 종이 타종되는 장면으로 이어지자 청중들은 베트남보다 두 시간 먼저 맞이하는 한국의 새해를 환성으로 축하해주었다.
VTV가 외국 대사 중 유일하게 한국 대사만 시청률이 20%가 넘는 송년 생방송에 초청하고 한국의 새해 풍경을 생중계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냉전 종식과 함께 1992년 외교관계를 맺어 25년이 지난 한·베 관계의 현주소를 보면 경탄할 만하다. 누적 투자 521억 달러로 한국은 베트남 최대의 투자국이 되어,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수출 전진 기지가 되고 있다. 작년의 양국 간 교역은 451억 달러에 달했고, 우리의 대 베트남 수출은 대 일본 수출 244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3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제 베트남은 우리 대외 투자와 교역의 지형도를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국 경제 구조의 상호 보완성과 우리 주변국들의 투자 환경의 변화, 우리 기업들의 과감한 선제 진출이 한·베 경제관계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 데 주효했다. 그에 더하여 한·베 국민 간에는 문화적으로나 생활양식이나 가치관, 심지어는 외모까지 서로에게 강한 친근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상호 흡인력이 양국을 ‘특별하고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만든 큰 토양이 된 것도 분명하다. 또한 우리 기업 진출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 베트남인 자체에 있음도 분명하다. 나는 날이 갈수록 무한한 교육열, 근면함과 학습능력,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정, 타인의 마음을 얻는 겸허함, 최선을 다하되 행복해할 줄 아는 베트남 국민의 모나지 않은 성품에 깊은 호감과 친근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베트남에는 14만 명의 한국인이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큰 동포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한국에도 한국인과 결혼한 6만 명의 베트남 여성을 포함하여 14만 명의 베트남인 사회가 양국 국민을 더욱 가깝게 해주고 있다. 작년 154만 명의 한국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이제 베트남은 동남아국가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이 관광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양국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되었다. 이렇듯이 올해 한·베 수교 25주년은 남다르다.
양국 국민이 함께 손잡고 얼싸안고 노래하고 춤추며 지난 25년간 양국이 걸어온 길을 축하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한 해가 막을 열었다. 다만, 지난 25년간의 기적과 같은 양국관계 발전에는 양국 국민의 지혜와 땀방울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듯이, 앞으로 펼쳐질 25년의 한·베 관계가 아무 어려움 없이 순항할 것으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한·베 관계의 25년을 향한 출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봐야 할 것인가? 나는 무엇보다 베트남 정부와 국민이 한국이란 나라를 보는 눈과 한국에 대한 전략과 정책에 대한 보다 깊은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험준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강대국들과의 수많은 전쟁을 통해 축적한 역사적 경험을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실용주의’라는 방향으로 정착시킨 베트남 지도자들과 국민의 혜안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 시기 아픈 경험도 있는 두 나라가 이제는 ‘경제연합’에 가까운 긴밀하고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고, 더구나 베트남 국민이 한국 상품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음악, 음식, 패션 등 모든 분야의 한류를 사랑하는 열린 마음에 대해 나는 감사함을 넘어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
국가관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고, 오로지 국익만이 있다고 한다. 영원한 친구는 만들되 영원한 적은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베트남 정부와 국민의 자세가 도이머이(개혁·개방정책) 채택 후 30년이 지난 역동적이고 거대한 잠재력을 품은 오늘의 베트남을 만들었다고 나는 믿는다.
이제는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과 한인사회, 아니 한국 국민 모두가 베트남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때가 되었다.
우리 모두 한 배를 탄 한·베 관계의 소중함을 깊이 마음에 새기면서 한·베 수교 25주년의 하루하루를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 이혁(59) △제13회 외무고시 △주일본2등서기관 △주폴란드1등서기관 △동북아1과장 △주중국참사관 △장관보좌관 △아시아태평양국장 △주일본공사 △대통령실 외교비서관 △기획조정실장 △주필리핀대사 △인천시 국제관계대사 △주베트남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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