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언제나 지식의 최전선에…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이번 주 톱리뷰로 소개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옛날에 읽었던 좋은 책 중 나중에 다시 한번 읽고 싶다고 생각한 책을 다시 읽는 것과 숙독할 가치 있는 (새) 책을 읽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우선시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 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옌데는 “시간은 짧고 읽을 책은 너무 많다”며 읽은 책을 다시 읽기보다는 새 책을 읽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치바나도 아옌데에 동의하는 모양입니다. 그도 “이제 새 책을 뒤적이는 짓을 그만하고 예전에 읽었던 좋은 책을 다시 읽는 데 열중하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고 잠깐 고민하지만 “역시나 그것은 잘못인 것 같다. 옛날에 읽었던 좋은 책과 다시 만나는 것이 나쁘지 않지만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젊은이와 마주치는 쪽이 훨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이들의 고민에서 칠순을 훌쩍 넘기고도 멈추지 않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지식의 최전선에 이르려는 열의를 읽어내게 됩니다.

‘지식의 최전선’이라면 우리 시대 최고 편집자인 존 브록만이 1996년 만든 지식 공유 모임 ‘엣지(Edge)’를 떠올리게 됩니다.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서로 질문을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이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했죠. 그 뒤 ‘엣지’는 스티븐 핑커, 대니얼 카너먼, 재러드 다이아몬드, 리처드 도킨스 등 내로라하는 학자, 예술가, 기술자들을 모아 지적 탐색을 펼쳤고 이를 책으로 출간해 왔습니다. ‘베스트 오브 엣지’는 브록만이 그동안의 인터뷰, 기고문, 강연문 중에서 마음, 문화, 생각, 우주, 생명 등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다섯 주제에 맞는 글을 골라 엮은 것입니다. 시리즈의 첫 책인 ‘마음의 과학’이 2012년 번역돼 나온 뒤 ‘컬처 쇼크’ ‘생각의 해부’ ‘우주의 통찰’에 이어 이번 주에 마지막 권 ‘궁극의 생명’(와이즈베리)이 출간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언제나 지식의 최전선에 서겠다는 선언은 언제 봐도 멋집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