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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1일(水)
가족굴레 벗은 해방감 좋지만… ‘졸혼’ 그 유혹과 함정
외도땐 쉽게 파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jaewoo@
혼인관계 유지 이혼과 다르고
사생활 간섭 안해 별거와 차이

남편·아내·자식 위해 살았지만
남은 인생은 자신만의 삶 원해

법원은 오랜 별거 관계로 간주
소송시 ‘離婚 결정’ 가능성 커


가정 내 불화나 갈등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부부들은 별거, 이혼 등을 선택해 왔지만 최근에는 결혼 생활과 그로 인한 부담이나 스트레스에서 졸업했다, 내지는 초월했다는 의미의 ‘졸혼(卒婚)’이란 수단이 세련된 적응기제로 주목받고 있다. 졸혼은 법적 혼인 관계 정리나 가족의 분화 같은 파국적 결말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혼인 관계를 유지한 채 졸혼 상태에 들어간 남편과 아내의 이성 교제, 재산 분배 등 새로운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한계론도 제기된다.

초식남(草食男·마초적 성격과 대비되는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섬세함을 지닌 남자), 취활(就活·취업 활동), 혼활(婚活·결혼을 위한 활동) 등 한자 신조어 상당수가 그렇듯이 졸혼이란 개념과 용어도 일본에서 생겨났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가 2004년 출간한 ‘졸혼 권유(卒婚のススメ)’란 책에서 처음으로 졸혼이란 말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다른 서적들도 졸혼이란 용어를 언급하고 일본 내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결혼 생활을 졸혼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졸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졸혼 권유’는 졸혼이란 개념에 대해 “오랜 기간 함께 산 부부가 혼인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남편과 아내 각자가 자신의 삶에 충실한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부부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개념이다. 법적으로 혼인 관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면에서 이혼과 구별되고, 또 같은 집 또는 다른 집에 살면서 부부가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전통적 의미의 별거와도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전체 부부 중 몇 쌍이 졸혼 상태에 있다는 등의 수치는 없지만, 졸혼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함께 자신들의 결혼 상태를 졸혼이라고 규정하는 부부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주된 시각이다.

특히 과거 가부장적 가족문화 속에서 가사, 육아 등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졸혼이란 개념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여성 주간지 ‘슈칸조세(週刊女性)’의 인터넷사이트 ‘슈칸조세 프라임’은 지난해 12월 “‘슬슬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서 해방되고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졸혼을 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아이들도 다 컸고,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 남편과 떨어져 자유를 손에 넣고, 하고 싶었던 일이나 취미에 도전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미용 관련 업체 ‘여성라이프스쿨’의 야마모토 가즈미(山本和美) 대표도 부부 관계에 관한 고민 상담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봄 졸혼 강좌를 개설했으며, 50∼60대 여성을 중심으로 수강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모토 대표는 슈칸조세에 “남편의 전근이나 시부모 부양으로 자신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많았던 것처럼 여성은 남편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가족을 우선시했던 아내들이 남편의 정년퇴직 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때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졸혼을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졸혼을 택하는 부부에 대해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은 많은 경우 부부 사이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며 “부부로 쌓아온 역사를 버릴 수도 없고, 새로운 부부 관계를 모색할 힘도 없다”고 설명했다.

가족·부부의 외적 형태는 유지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각자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은 결혼 생활에 닳고 닳은 중장년 부부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함정도 있다. 법적으로 부부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법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슈칸조세는 일본 현지 변호사를 인용, “졸혼으로 별거를 계속하고 있을 때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겨 ‘이혼해 달라’는 요구를 받을 경우 아내가 ‘이혼 못 한다’고 맞서면 이혼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며 “법원은 오랜 기간의 별거를 혼인관계 파탄으로 여기고 무난하게 이혼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졸혼 후 각자 형성한 재산에 대해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공동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재산에 대한 각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는 만큼 졸혼을 결정할 당시 재산에 대한 계약서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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