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환율 딜레마’… 시장은 절하 압력, 美는 절상 압박

외환보유액 3조달러 붕괴
“당국 통제 나서도 단기효과뿐
1~3년내 변동환율제 할 수도”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거의 6년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하던 3조 달러 밑으로 감소하면서 자본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 금융 당국의 통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금융 당국의 자본 통제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중국은 향후 1~3년 내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월 말 외환보유액이 2조9982억 달러로 지난해 12월 말(3조105억 달러)에 비해 123억 달러(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 예상치인 3조40억 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7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또 3조 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1년 2월(2조9914억 달러)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환보유액 3조 달러 붕괴로 위안화 절하 가속화에 따른 미·중 간 환율전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자산 거품 붕괴 억제에 나선 중국 당국의 통화정책 딜레마도 부각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감소가 지속하고 이에 따라 위안화 추가 절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이로 인한 환율전쟁 격화 등의 시나리오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 당국은 이후 자본유출 억제를 위한 자본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통화정책의 독립성, 환율 안정 가운데서 오락가락하던 중국은 당분간 자본 흐름 규제 카드를 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장밍(張明)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7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의 자본 규제 강화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유효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외국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기업의 자본조달에도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최종적으로 중국 같은 대국의 환율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완전변동환율제로 이행해야 하지만, (기간이) 1~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페그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행되는 과정에 대해 “런민은행에 (개입을 시작하는) 환율변동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며 “현재는 ‘1일 상하 2% 변동’이지만, 다시 ‘연간 상하 10% 변동’으로 설정해 그 범위 내라면 개입하지 않고 상한선이나 하한선에 접근할 때 개입한다는 것이 이행기에 적절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금융 당국의 위안화 환율 개입 중단은 더 심각한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융 당국이) 개입을 돌연 중단하면 위안화 가치가 단번에 하락할 것”이라며 “중국 금융시스템은 신뢰도가 취약해 위안화 대폭 하락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을 증폭해 새로운 자본유출을 초래하기 쉽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