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이다>“고3 때 희소병 선고… ‘나는 위대하다’ 되뇌며 이겨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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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와 싸우며 高大 수시전형 합격한 김동하 군

“너의 위대함을 찾아라(Find Your Greatness).”

희소병을 극복하고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한 김동하(19·사진) 군은 8일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나이키에서 만든 60초짜리 광고 영상 문구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됐다”고 밝혔다.

김 군은 고3 수험생이 되기 직전인 2015년 겨울 기침을 하다 ‘각혈’을 해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내린 진단은 ‘베게너 육아종증’. 몸속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희소 혈관염이다. 김 군은 “수험생활을 앞두고 희소병을 앓게 돼 많이 당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내신 평가에서 전교 1∼3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잘해 최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던 그에게 희소병 진단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김 군의 부모님은 “동하야, 사람마다 자신의 시계가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아라”라며 “1년 쉬고 해도 상관없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김 군은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밀어붙였다. 그는 “부모님이 천천히 하라며 응원해주신 것이 오히려 자극이 됐다”며 “힘든 고3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병과 싸우며 수험생 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학교 시험 때마다 건강이 나빠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지난해 9월에는 감기에 정맥염이 겹쳐 2주간 입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두고는 근육통까지 찾아와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김 군은 “통증보다는 약 때문에 쉽게 피곤하고 잠이 쏟아져 하루에 8∼9시간씩 자야 하는 게 힘들었다”며 “내가 자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고 말했다.

김 군의 꿈은 광고 PD다. 원래부터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3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교내 방송부장을 도맡았다. 특히 고교에 진학하면서 우연히 읽게 된 ‘디지털 놀이터’라는 책에서 나이키 광고를 접하고, 짧은 시간에 흡입력 있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광고 영상’에 매료됐다. 김 군은 “‘이 축구화는 좋으니까 신어라’는 직설적 문구였으면 관심이 덜 했을 것”이라며 “‘너의 위대함을 찾아라’라는 한 문장이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고 말했다. 김 군은 결국 희소병을 이겨내고 2017학년도 고려대 수시 융합형인재전형 미디어학부 최종 합격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꿈의 실현에 한 발 더 다가갔다. 김 군은 “친구들을 만날 오리엔테이션이 벌써 기대가 된다”며 “내가 나이키 광고를 보고 힘을 얻었던 것처럼, 나중에 내가 만든 광고가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