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헌재 탄핵심판>‘고영태 녹취록’ 해석 놓고 난타전

최순실측 재판서 32개 공개
“高, K재단 돈 빼돌리려해
국정농단 배후 기획 주범”
檢 “崔가 주도 증명” 반격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가 최근 논란을 일으킨 ‘고영태 녹음파일’을 통해 반격을 시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0일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14회 공판에서는 김수현(37) 전 고원기획 대표와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 박헌영(40) K스포츠재단 과장 사이에 오간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동안 재판은 미르·K스포츠재단 내부의 설립 과정과 자금흐름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이날은 최 씨 측이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고 전 이사 주도로 K스포츠재단의 기금을 빼돌리려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녹음파일은 김 전 대표가 자동 녹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저장해 둔 것으로 검찰이 그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최 씨 측은 녹음파일을 근거로 고 전 이사 측이 기금을 횡령하려 했고 이들이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배후에서 기획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 측은 “녹음파일을 통해 최 씨 주도의 재단 운영이 증명됐다”고 해석했다. 녹음파일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검찰 측과 최 씨 측 모두 김 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오는 3월 7일 열리는 공판에서 그를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최 씨 측은 녹음파일의 공개 과정부터 검찰 측과 신경전을 펼쳤다. 최 씨 측은 당초 검찰이 확보한 2300여 개의 녹음파일 일체의 열람을 요구했다가 최 씨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된 5개 목록을 검찰로부터 받았다. 이날 재판에선 최 씨 측이 32개의 파일을 1시간 분량으로 추려 공개했고 이에 앞서 검찰은 녹음파일 증거에 대한 조사에서 중요 부분을 발췌해 재생했다. 녹음파일 안에는 고 전 이사가 대학 2년 후배인 류상영(39) 전 더블루K 부장을 대표로 세운 ‘예상’이란 회사로 재단 자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2월 29일 박 전 과장과 통화하며 “K스포츠재단의 기부금을 받아 그 돈을 더블루K와 예상으로 내려보내 그 안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형(고영태)이 원하는 사람을 넣어두면 소장(최순실)이 없어져도 우리 것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인 김건훈(41)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김 전 비서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임의제출한 인물로, 안 전 수석 측은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