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TR 보고서 파장>한·미FTA 흔들면 수출 타격 불가피…“美 행정부 최대한 설득”

- 재협상 사실상 공식화… 정부, 발등에 불

車·석화·가전 등 수출군 초비상
법률·의약품서비스 개방 확대
지식재산권 강화 등 요구할 듯

통상당국, 美상무부 면담 추진
“한·미 FTA 제대로 설명할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처음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검토가 적시돼 재협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우리 정부는 이번 연례보고서가 의례적인 것이며 미국이 당장 재협상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재협상은 이제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중론이다. 재협상이 이뤄지면 자동차·석유화학·전자제품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2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미 의회에 제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017년 통상 정책 어젠다’에서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극적으로 증가했으며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에도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며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말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의회에 자신의 통상 정책을 밝히는 보고서에 한·미 FTA 체결로 인해 미국이 입은 무역 적자 규모(체결 전보다 2배 확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재검토할 뜻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례적 보고서”라며 “USTR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에 대한 협정 내용의 전반적 검토이지 ‘재협상’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3월 말쯤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라이시저 USTR 대표 내정자의 인준이 결정되면 새롭게 통상정책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USTR 대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보고서에조차 ‘한·미 FTA 재검토’가 적시된 것은 재협상이 곧 다가올 현실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 시 미국은 △법률·의약품 서비스 개방 확대 △관세 철폐 스케줄의 기한 연장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리·감시 강화 등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하에서도 빈번하게 무역구제 조치의 대상이 된 철강, 화학, 백색가전을 비롯해 합성고무, 기계산업 등이 미국의 강화된 보호무역 조치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미국이 조치할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와 기술무역장벽(TBT) 강화 등은 자동차·가전 분야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통상당국은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고, 시장의 불안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USTR뿐만 아니라 미 상무부 장관, 국가무역위원회(NTC) 고위급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들이 한·미 FTA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중·미 무역관계 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동일시되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