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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3일(金)
‘꽃’과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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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자리 가운데에 한 여자가 드러누워 있고, 그 둘레에 여러 남자가 둘러앉아서 서로 사랑을 하는 것.” 보기 민망한 이 장면은 인간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다. 꽃의 암술과 수술을 묘사한 것으로, 스웨덴 식물분류학자 칼 폰 린네의 말이다. 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이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종족 번식을 위한 본능적 교태일 뿐이다. 벌과 나비 또는 바람을 불러 꽃가루받이를 하려는 유전적 행위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 빛깔과 향기에 취해 냄새를 맡거나 꺾기도 하는데, 저들로서는 경악할 일이다.

학자들에게 꽃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꽃잎의 수만 해도 그렇다. 여기에도 피보나치 수열이 적용된다고 한다. 이 수열은 처음 두 항을 1과 1로 한 다음, 그다음 항부터는 바로 앞의 두 항을 더해 만들어진다. 즉, 꽃잎은 1장이나 2장 또는 3, 5, 8, 13…장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모른다. 그 밖에 꽃의 신비 중에는 아직 알지 못하는 현상이 많다. 꽃마다 다른 개화 시기도 미스터리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꽃이 피는지도 과학적으로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플로리겐(florigen)이라는 분자가, 꽃을 맺고 피는 과정을 제어하는 개화 호르몬 구실을 한다는 정도만 알아냈다. 계절의 변화와 밤낮의 길이 변화 등이 발화 시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되면 인류의 생활, 나아가 전 지구적 생태계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그저께 삼일절 공휴일에 꽃샘 눈비가 내린 이후 수은주가 잠깐 짧아졌다. 봄 시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봄의 전령사 매화와 유채꽃은 벌써 제주와 남해를 지나 북상 길에 올랐다. 기상청의 공식적인 봄꽃 개화 예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민간 기상업체에서는 벌써 올해 벚꽃은 평년보다 2∼5일 일찍 필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추위에 짓눌리고 탄핵 정국에 지친 상춘객들의 마음은 벌써 화신(花信)에 달뜨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60일 이내 선거 규정에 따라 ‘5월 초’ 대선이 유력하다. 그래서 ‘벚꽃 대선’이니 ‘장미 대선’이니 하는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다른 경우의 수가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12월 ‘설화(雪花) 대선’도 모른다. 게다가 확률을 안 따진다면 해바라기나 코스모스, 국화 대선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헌재의 기각 결정이 나온대도 정치적 변수는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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