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연수(뒷줄 가운데) 신협중앙회 부부장이 지난 2015년 딸 형원(〃 왼쪽) 양과 함께 방문한 에티오피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현지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최연수 신협중앙회 부부장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위해 그는 고속버스터미널로 발길을 돌렸다.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과 비참함에 그는 고개를 떨구고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홍보 책자 한 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험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어린아이를 도와 달라는 자선단체의 홍보 책자였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최연수(58) 신협중앙회 부부장은 순간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번쩍했다고 회상했다.
“그때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 있었어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며 모든 것을 털어 버리기 위해 마지막 여행을 떠나려던 참이었는데, 자선단체의 그 홍보 책자를 보고 ‘저보다 더 힘들게 사는 어린아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에 소개된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데, 나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는 생각에 참 반성을 많이 했죠. 그 이후 아동 후원을 결심하게 된 겁니다.”
최연수 부부장의 아동 후원활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벌써 27년째 아동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는 최 부부장. 그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후원 결연을 했던 꼬마 숙녀는 전주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는데, 이제는 애 엄마가 돼 있을 나이”라며 “꾸준히 2~3명의 아이와 결연을 하고 후원해 오고 있어 몇 명의 아이를 후원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부부장은 정년퇴직을 2년 앞둔 지금도 3명의 아이에게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고 있다. 그는 아이들 후원은 물론, 방과 후 어린이 공부방에도 매달 후원금을 내고 있다.
국내 아동 후원을 꾸준히 해 오던 최 부부장은 우연히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국내 아동은 물론, 해외의 불우아동들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5년에는 에티오피아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초등학교에 물품이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현장에서 110만 원을 기꺼이 내놓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후원활동이 뜻깊었던 이유는 딸아이와 같이 갔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닿아 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갔는데, 에티오피아에 다녀온 뒤 자기밖에 몰랐던 딸아이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정말 뿌듯했죠.”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닐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부장은 2008년 스리랑카로 처음 해외 봉사활동을 떠난 이후 2013년 우간다를 다녀오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접 해외에 나가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가 창궐할 당시 결연 아동이었던 케쿠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가 건강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죠.” 최 부부장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후원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직장생활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하지만, 에티오피아 등 해외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어른들의 욕심과 싸움에 가장 많이 상처를 받는 건 어린이들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어른은 어린이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제가 받는 게 더 많아요. 덕분에 감사할 일도 참 많죠. 무척 행복합니다.”
최 부부장은 일상의 삶을 그렇게 감사하며 지내고 있었다.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향후 계획을 물었다. 그는 컴퓨터와 선반 기계를 다뤘던 자신의 특기를 살려 퇴직 후 재능기부를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다른 후원자에게서 재능기부를 한번 해 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와서 컴퓨터나 선반 기계 분야에서 재능기부를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어린이 후원은 그 어린이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나 자신의 마음도 편해지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고마운 일입니다.” 어린이 후원에 동참해 달라는 최 부부장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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