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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7일(金)
파국의 각오로 협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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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정치부 부장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전 한국에 도착했다. 취임 후 첫 방한으로 일본을 거쳤고 다음 날에는 중국으로 향한다. 아시아 양대동맹인 한·일과 북핵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안보전략 논의 목적인 동시에 오는 4월 초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탐색전 성격을 갖고 있다. 한·미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의 반발을 무마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대행은 16일 “틸러슨 장관의 순방에서 구체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의 위협이 점점 강해진다는 점을 재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발언은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더라도 사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드는 한반도 안보의 척도다. 한국 내부에는 안보 불감증이 퍼져 있을지 몰라도 미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다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차기 정부 임기 중에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미사일 실전 배치의 ‘트리플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만6000여 명의 주한미군을 파견한 미국이 사드 배치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유엔사령부 후방기지인 주일미군에 F-35B 전투기 등 첨단무기를 포진시키고 한국에 그레이 이글 무인 전투기를 배치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미국은 5월 9일 선출되는 한국 지도자의 대북정책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 안보 역시 새로운 리더십의 색깔에 따라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야권 대선 주자들의 모호한 근시안적 사드 해법을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12일 기자회견)”며 차기 정부 재검토론을 주장하고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 “대한민국 외교 안보가 위기다. 균형 잡힌 현명한 외교가 필요하다(14일 합동 TV토론회)”는 미·중 균형론에 머물러 있다. 3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그나마 사드 배치 유지와 중국 설득 필요성을 동시에 내세우지만 구체적인 복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외교·안보는 국가의 근간을 유지하는 힘줄이다. 지도자는 목전에 다가온 상황이 아니라 6개월 뒤, 1∼2년 뒤를 내다보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제기되는 사드 자체 도입 운용론은 주목할 만하다. 사드로 북한 핵미사일 대책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사드 판매를 요구하면서 중국에는 출구전략을 제시하는 방안이다.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동북아 구축을 우려하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물러날 지점이 생긴다. 북한핵 문제 해결이 없으면 한·미 동맹 차원에서 ‘중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신호도 전해야 한다. 스트롱맨들은 협상에서 ‘합의가 없는 것이 나쁜 합의보다 낫다(No Agreement Is Better Than a Bad Agreement)’는 자세로 임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북한 핵 위기에서 한국 대통령에게는 강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파국(破局)의 각오로 협상하지 않으면 중국의 사드 반발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행진을 멈출 수 없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협상의 국면은 함께 열린다.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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