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참여경선 역사… 노무현, 民心 업고 이인제에 대역전극

2007·2012년 흥행 실패… 黨心대로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이 의외성을 통해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국민참여경선제가 도입된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때부터다.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경선 문호가 개방됨에 따라 경선은 이른바 ‘민심(일반 국민 지지도)과 당심(당원 지지도)의 대결’ 양상을 띠게 됐다.

노무현·이인제 후보가 맞붙었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은 그야말로 극적인 민심의 승리로 평가받았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중심으로 한 구 동교동계의 조직적 지원으로 경선 승리가 확실시됐던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으로 대표되는 노풍(노무현 바람)에 맥없이 무너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 안팎의 지지율에 불과했던 노 후보가 20%대 후반의 지지율을 보였던 이 후보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동력은 본선 경쟁력이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후보에게 큰 격차로 패하는 결과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노 후보가 나설 경우 이회창 후보를 꺾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본선 승리에 대한 희망은 노 후보에 대한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불렀고, 이는 결국 노무현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정동영·손학규 후보가 맞붙었던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5년 전과는 달리 당심의 승리로 귀착됐다. 당시 경선은 2002년에 비해 좀 더 확대된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노무현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심각한 민심이반으로 인해 국민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철저히 밀리면서 민주신당 경선은 사실상 조직동원 선거로 변질됐다. 여론조사에서 열세에 있었던 정 후보가 손 후보를 눌렀지만, 본선에서 이 후보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문재인·손학규 후보가 맞붙었던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 역시 당심의 승리로 볼 수 있지만,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마이너리그에 불과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항마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자리매김하면서 민주통합당 경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