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혈압 높은 고지혈증 환자 10명중 3명은 ‘약발’ 안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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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약 30%
약물로 콜레스테롤 조절안돼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줄어도
LDL 늘면 심근경색 등 위험

식습관 조절·금연·운동 등
치료와 병행관리 반드시 해야

평소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우고, 고혈압까지 있던 A(51) 씨는 6개월 전 계속되는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심장동맥이 좁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그때부터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콜레스테롤 조절 약물을 꾸준히 복용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쉽게 조절되지 않았고, 지난주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꾸준히 치료 약을 먹었는데도 심장 상태는 더 나빠진 것이다.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인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가운데 A 씨와 같이 약물치료로 말을 듣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약물치료로 수치가 조절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A 씨와 같이 흡연과 고혈압 등이 있는 고위험군일수록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의 조절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관리가 필요한 고위험 환자일수록 약물치료로 인한 수치 조절 효과도 적어 결국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재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약물치료도 잘 안 들어 =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한 상태이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가 되면 이상지질혈증이라 부른다. 이상지질혈증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위험을 증가시켜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는 콜레스테롤 합성 저해제로 불리는 ‘스타틴’을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스타틴은 전 세계에서 하루 3000만 명 이상이 복용하는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다.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이 있는 초고위험군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상관없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7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스타틴 투약을 권고한다. 심장동맥 질환이나 당뇨병 등이 있는 고위험군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00㎎/㎗ 이상일 때 스타틴 치료를 권고한다.

그러나 이들 고위험군은 약물치료로 한계가 있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전국 26개 병원의 가정의학과를 방문한 1851명의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에게 약물을 처방한 후 6개월 후의 목표 달성률을 확인한 결과, 심장질환 위험이 큰 환자에게서 고콜레스테롤혈증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의 약 30%, 초고위험군의 70∼80%는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LDL 콜레스테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약물요법(스타틴)으로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70㎎/㎗ 미만)에 도달하지 않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 74∼80%에 달한다고 보고됐다.

◇고위험군 발전 전, 꾸준한 관리 필요 =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 고위험군으로 심각해지기 전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먼저 콜레스테롤은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어도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때는 치료가 필요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범위는 130㎎/㎗ 미만이며, 130㎎/㎗ 이상이면 ‘경계’ 단계, 160㎎/㎗ 이상이면 ‘높음’ 단계로 분류되므로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년 이상의 연령(남자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이거나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경우,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이 있거나, 심장동맥 질환의 조기 발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하다. 이들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꾸준한 검진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들은 식습관, 절주, 금연,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식습관은 통곡 및 잡곡, 두류, 채소류, 생선류가 풍부한 식사를 하고 음주는 종류에 상관없이 하루 1∼2잔 이내로 한다. 지방 섭취는 총 에너지 섭취량의 30% 미만이 되도록 하고, 특히 포화지방산 섭취량은 총 에너지의 7% 이내로 제한하며,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하루 300㎎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조깅, 속보,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주 4회 이상 하는 것을 권장한다.

고위험군은 식생활요법만으로는 관리가 어렵고,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초고위험군은 LDL 콜레스테롤 70㎎/㎗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고위험군은 100㎎/㎗ 이상에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기존 약물치료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관리되지 않는 상태라 하더라도,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최근 해외에서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개발돼 스타틴 등 기존 약제로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에게 대안이 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