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근로자 임금체불·욕설·性희롱… 외국인 차별 심각한 ‘부끄러운 한국인’

- 오늘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다문화수용성지수 53점 그쳐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을 맞아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 한국인에 대한 외국인의 인종차별에는 큰 분노를 느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는 철저히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이미 2012년 8월에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포괄적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한국에 권고했지만, 4년 7개월이 지나도록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21일 경찰청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1년 139만5077명에서 지난해 204만9441명으로 46.9%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는 ‘뿌리산업’ 부문에서 한국인 고용주들이 임금체불·욕설·성희롱·폭행 등을 일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경기 안성시에 있는 건축자재 제조업체 간부 A(48) 씨가 인도 국적 B(20) 씨 등 외국인 직원 2명의 뺨을 마구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이 “주말 근로수당을 못 받았다”며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는 게 이유였다.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동남아 출신 50대 근로자가 자식뻘인 20대 한국인에게 폭언·폭행 등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아직도 국내에서 범죄 피해를 본 외국인의 국적별 통계조차 만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피해자의 보호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만큼 상황을 적절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전국 만 19∼74세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다문화수용성지수는 53.95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특히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가 25.7%에 달했다. 이는 미국(5.6%)과 네덜란드(8.2%) 등 서구 국가는 물론, 중국(10.5%)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