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뉴욕연준의 방글라 계좌 해킹 배후로 北 지목

907억원 빼돌린 ‘사이버 절도’
기소땐 中브로커들 사법 처리

미국 연방검찰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를 해킹해 8100만 달러(약 907억 원)를 털어간 절도의 배후로 사실상 북한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할 경우 해킹 중개 역할을 한 중국 브로커들을 사법 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미 검찰이 현대사에서 가장 큰 은행절도 중 하나인 이 사건을 북한이 저지른 것으로 보고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만약 기소가 이뤄지면 해킹 절도를 기획하도록 중개 역할을 한 중국 브로커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럴 경우 북한 관리들에 대한 직접적 혐의는 제기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비칠 수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에 누군가가 접근해 8100만 달러를 필리핀 소재 4개 은행계좌로 빼돌린 사이버 절도다.

당시 해커들은 글로벌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한 계좌에서 총 10억 달러에 이르는 35건의 이체 요청을 했으며 필리핀 계좌로 4건(8100만 달러), 스리랑카 계좌로 1건(2000만 달러)의 이체가 이뤄졌다. 그러나 다른 계좌 이체 요청에서 오타가 발견돼 나머지 30건에 대한 이체는 중단됐다. 스리랑카 계좌로 이체된 돈은 스리랑카 금융당국의 대처로 모두 되찾았지만, 필리핀 계좌로 이체된 돈은 자금세탁이 끝나 회수하지 못했다.

중국인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경우 미국 재무부 당국자들은 이들 중국인에 대해 작년 9월 랴오닝(遼寧) 훙샹(鴻祥)그룹의 최대주주 마샤오훙(馬曉紅)에게 가한 제재와 비슷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훙샹그룹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물자 거래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회사 수뇌부 3명과 함께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 검찰 중 일부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