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DNA가 사라진다면?’… 엉뚱한 질문에 그림으로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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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과학 그림책 / 랜들 먼로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화제를 모았던 ‘위험한 과학책’의 저자 랜들 먼로의 신간이다. 지난 2014년 출간된 ‘위험한 과학책’은 ‘실제로 광속구를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몸속 DNA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등 물리학, 화학, 천체물리학 등을 아우르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 대해 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막대 모양 캐릭터’를 활용해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과학책이다.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빌 게이츠가 여름 휴가지에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과학이라면 수학공식, 전문용어가 가득 찬 ‘난해한 영역’이라는 고정 관념을 유쾌하게 깬 책으로 국내에서도 2015년에 출간돼 교양과학서 시장에서 선전했다.

‘친절한 과학그림책’은 쉽게 접근하는 과학, 그림으로 설명하는 과학이라는 저자의 트레이드 마크를 유지하면서 유쾌발랄한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사물이나 재미있는 현상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전문용어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는 한 가지 규칙을 세웠다. 간략한 그림을 바탕으로 오로지 1000개의 가장 쉬운 단어만으로 설명하는 것이다(참고로 한국판은 번역 과정을 거치면서 1500여 개의 단어가 됐다.)

‘무언가가 뭐라고 불리는지’ 설명하는 책이 아닌 ‘그 사물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겠다’고 결심한 저자는 사물들에 기발하게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다. 심장은 ‘피를 내뿜는 주머니’, 석유는 ‘불타는 물’, 인체 기관은 우리 몸속의 ‘물체 주머니’, 주기율표는 ‘세상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조각들’, 전자 레인지는 ‘음식을 데우는 라디오 상자’, 태양계는 ‘태양을 둘러싼 세계’, 헬리콥터는 ‘회전 날개 달린 하늘 보트’, 우주정거장은 ‘함께 쓰는 우주의 집’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스마트폰, 노트북, 엘리베이터 같은 생활 속 사물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이나 원자력발전소, 대형강입자충돌기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 주기율표와 태양계 등 순수 과학개념까지 방대한 분야를 쉽게 알려준다. 가로, 세로가 각각 20㎝, 30㎝가 넘는 큰 판형 안에 총 마흔다섯 개의 사물 그림을 담았다.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설명해 나가는 기술이 놀랍고 흥미롭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도전은 매우 성공적이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한때 나사(미항공우주국)에서 로봇공학자로 일했던 저자는 현재는 과학블로그 ‘xkcd’의 운영자이자 웹툰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국제천문연맹(IAU)은 한 소행성에 먼로의 이름을 붙여 주기도 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