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6.25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시론
[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7일(月)
‘工場 프레임’에 갇힌 근로시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회평 논설위원

근로시간 단축, 곧 최장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는 의제는 사실 노·사·정이 진작 결론을 낸 사안이다. 2015년 9·15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는 3자가 치열한 논박을 거친 끝에 마련한 성과가 들어 있다. 나중에 합의서를 찢어버린 노동계도 박근혜정부가 의원 입법 형태로 ‘노동개혁 5법’을 추진하려 했을 때 근로시간 단축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선 별 시비가 없었다. 5법 중 파견법·기간제법을 빼곤 친(親) 노동계 법안이란 평가가 주류였다.

노사정 합의문은 기업 규모에 따라 4단계, 1∼4년 시행을 유보하고, 이후 4년간 주 8시간 특별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는 법원에 판단을 미뤘다. 그런데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가 시행 유예 대신 형사처벌을 2∼4년 면제하는 ‘면벌(免罰)’로 바꾸고, 특별연장 근로는 언급 없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정치권이 끼어들어 노사정 ‘합의’를 뒤엎은 꼴이다. 결국 정당 간 합의는 미뤄졌지만, 대선 정국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반영한 논의였다는 점에서 재점화 소지가 크다.

세계 최장 수준의 ‘과로국가’를 탈피하자는 명분, 그리고 일하는 시간을 줄인 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가 근로시간 단축론을 지지하는 양 축이다.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66시간을 크게 웃돈다. 취업자는 혹사당하는데 청년은 일을 못 해 애태우는 부조리를 더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확대로 이어지려면 중요한 변수를 해결해야 한다. 한마디로 줄이면 결국 ‘돈’이다.

국내 법정 근로시간은 1989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2003년 다시 40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두 차례 획기적인 근로시간 단축에도 고용률 상승효과는 1%를 밑돌았다.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들에는 초과근로수당 부담만 더 늘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가 걸려 있다. 현재 평일 연장근로에는 50% 임금이 추가되는데, 휴일에 일한 경우 여기에 50% 더 가산해 100%를 지급해달라는 소송 14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주면 최소 7조5000억 원을 당장 토해내야 할 판이고, 향후 추가 부담도 뒤따른다.

근로자도 잠재 피해자에 속한다. 휴일을 합쳐 주 68시간을 일하다 52시간으로 묶이면 월 300만 원을 받던 사람은 210만 원까지로 줄어들 수 있다. 연봉 1억 원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만 해도 특근수당이 2000만 원 안팎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대다수는 초과근로에 생계를 기대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지만, 그래서는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없다. 대선주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5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정작 중요한 이 대목에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언급을 회피한다. 위선이다.

한국 근로자는 일에 치여 살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에서 꼴찌권이다. 이런 모순을 방치한 채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건 기업엔 규제가 된다. 근로시간에 대한 낡은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주 68시간이든, 주 52시간이든 지금의 근로시간법제는 산업화시대의 공장(工場) 시스템을 근간으로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직장과 직무의 개념은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에선 화이트칼라에 대한 초과근로시간 개념이 사라지고 있고, 일본에선 재택근무·투잡 허용 등 ‘회사인간’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추세다. 독일에선 연장근로에 돈을 주는 대신, 1년 등의 단위로 일과 휴식을 맞바꾸는 ‘근로시간 계좌제’가 일상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권하는 연장근로 할증률이 25%다. 한국에선 2배 수준인 50%이고, 휴일 중복할증까지 인정되면 100%도 나올 판이다. 이런 고율로 유혹하니 과로를 자청할 수밖에 없다. 유연한 고용, 일과 삶의 균형이 글로벌 흐름인데 한국은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한국은 산업 현장의 로봇밀도가 이미 세계 1위다. 공장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완충장치 없는 근로시간 규제를 밀어붙이면 기업들은 자동화 시설을 더 늘려 대처하거나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취업에 목마른 청년들은 일자리 창출은커녕 일자리 감축을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 많이 본 기사 ]
▶ “한국당, 4대강에 세금 쏟아부어…‘추경 반대’ 할 말인가”
▶ 1심 전원 유죄 ‘정유라 특혜’ 재판…혀를 차게 한 ‘말말말’
▶ 日, 해저화산 폭발로 ‘횡재’…여의도 24배인 70㎢ 영해 확..
▶ 절도 있는 동작 속 파괴력…‘다른 듯 같은’ 北 태권도
▶ ‘나 혼자 산다’ 김사랑 효과···16개월 만에 시청률 9% 돌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6·25 전쟁 발발 67주년인 25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자는 주장을 하면 극우로 몰고, 친북화해를 주장하..
mark1심 전원 유죄 ‘정유라 특혜’ 재판…혀를 차게 한 ‘말말말..
mark절도 있는 동작 속 파괴력…‘다른 듯 같은’ 北 태권도
파키스탄 고속도로서 유조차 불…100여명 사망..
美CIA 국장 “트럼프, 하루도 쉬지 않고 북한 동..
文대통령, 공식일정 없이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line
special news ‘나 혼자 산다’ 김사랑 효과···16개월 만에 시..
배우 김사랑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MBC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연출 황지영, 임찬)..

line
“한국당, 4대강에 세금 쏟아부어…‘추경 반대’..
이총리 “北, 억류자 석방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
‘인천 8살 초등생 살해사건’ 공범…살인교사죄..
photo_news
‘배변 못가린다’며 강아지 학대…SNS에서 영상 확산
photo_news
日, 해저화산 폭발로 ‘횡재’…여의도 24배인 70㎢ 영해 확..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52) 56장 유라시아 - 5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신랑의 고민
mark국어 선생님
topnew_title
number ‘김병장’, 국방마트서 간식비로 월평균 6만원..
팬티차림 지적받고 ‘징벌방 9일’ 수용자, 결..
박사학위 코앞 대학원생, 성추행으로 무기정..
中쓰촨성 산사태 15명 시신 발견…실종자 1..
이대호 “오재원 훈계? 말도 안된다. 그렇게 ..
hot_photo
6·25전쟁 기념식서 흐느끼는 참전..
hot_photo
샐러드에 섞여 들어간 개구리
hot_photo
시구 준비하는 김새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