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빠지다… 가족과 걷기 좋은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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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중 수목원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4월에서 5월로 건너가는 늦봄이다. 봄꽃이 지고 신록이 시작될 무렵 수목원은 저마다 다른 채도의 초록으로 반짝인다. 가지 끝에서 시작한 신록이 짙푸른 녹음으로 변해가는 숲을 즐기기에는 요즘만 한 때가 없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즈음이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끼기에 가장 좋다. 번잡스러운 도회지에서 잠깐만 벗어나도 곳곳에 들어선 수목원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볼거리를 찾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늦봄의 따스한 볕 아래서 가족들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맛을 즐길 수 있는 수목원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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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꽃을 만나러…
포천 평강식물원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산정호수 근처에 들어선 사설 식물원이다. 이곳은 북쪽에 있는 데다 산자락에 들어서 있어 4월 말이 돼야 진달래가 필 정도로 꽃이 늦다. 이런 기후적 특성을 이용해 수목원에는 월귤이며 털진달래 등 한라산, 백두산의 고산식물과 만병초류를 심어 놓았다. 고산식물들이 마치 자생지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다. 보유 식물은 고산식물을 비롯한 5000여 종. 단풍나무와 비비추가 100여 종이 있고, 붓꽃이나 수련 등도 각기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50여 가지가 있다.

고산식물들이 자라는 암석원에는 작은 폭포와 연못, 자연석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여놓았고, 특별한 흙과 돌을 깔아 고산지대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수목한계선을 넘은 고산식물들도 이곳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5월로 들어서면 암석원은 온통 꽃으로 뒤덮인다. 키가 작고, 모여 피거나 땅에 붙어 자라는 특성의 고산식물이 꽃을 피우면 지면이 꽃으로 덮여 땅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 밖에 연못, 습지, 이끼, 약초 등 12개의 주제를 내세운 생태정원도 아름답다. 인위적으로 꾸몄음에도 자연미가 넘친다. 특히 화이트가든은 흰진달래, 흰용머리, 흰붓꽃 등 흰꽃을 피우는 식물만을 모아 전시한 곳으로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031-531-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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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수목
용인 한택식물원

경기 용인시 백암면의 한택식물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 식물원이다. 1979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가입 회원과 교육을 위한 방문만 허용했다가 2003년 5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보유식물은 가히 국내 최고 수준이다. 자생식물 2400여 종과 외국식물 5400여 종을 가지고 있다. 식물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 있는데, 동원 쪽만 일반 방문객을 받는다.

식물원 안에는 억새원과 덩굴식물원, 약용식물원, 희귀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모두 33개 주제에 따른 정원이 정교하게 배치됐다. 키 작은 식물들로만 구성해 놓은 난쟁이 정원은 작은 인형과 집 등을 함께 꾸며놓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식물원에서 꼼꼼히 둘러봐야 할 곳은 자연생태원. 자생식물들을 한데 모은 곳인데 10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택주 원장이 전국의 산을 돌면서 일일이 수집한 자생식물들을 인공적인 조경이나 관리 없이 자연스레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 주위로 각각의 생태환경에 맞춰 심어놓았다. 한택식물원이 추구하는 ‘자연을 위한 식물원’이란 모토가 가장 충실하게 재현된 공간이다. 5월로 접어들면 튤립과 함께 작약과 모란이 한창 피어난다. 모란이나 작약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일일이 다 구분할 수 없을 정도. 볼 것도 많고 편의시설도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031-333-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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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의 다정한 해설
오산 물향기수목원

경기 오산시 수청동의 물향기수목원은 경기도립수목원으로 짧은 시간에 ‘경기도를 통틀어 최고의 수목원’이란 찬사를 얻고 있는 곳이다. ‘물향기’란 이름처럼 물과 관련된 식물들의 전시가 특히 눈에 띈다. 수목원의 테마도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다. 조경도 좋지만, 자원봉사자의 해설프로그램이 특히 충실해 청소년들의 자연교육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33만㎡(약 10만 평)의 넓은 공간에 습지생태원, 중부지역 자생원, 곤충생태원 등 16개의 다양한 주제원을 갖추고 있다. 수목원에는 모두 1636종 44만5000여 개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공룡 모양의 향나무를 전시한 토피어리원과 곤충생태원, 관상조류원 등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공간을 갖춰 놓았다. 천안행 1호선 지하철을 타고도 갈 수 있어, 교통체증 없이 가족들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압화, 창포비누 만들기, 나뭇잎 손수건 만들기, 엽서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참여신청은 재단 홈페이지(www.ggaf.or.kr)에서 할 수 있다. 내부에는 매점 및 자판기가 없으며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아 쓰레기가 생기면 반드시 가지고 나와야 한다. 식사도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031-378-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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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피크닉 만끽
진주 경남수목원

경남수목원은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에 자리 잡은 남부권 대표 식물원이다.

수도권에서 먼 곳이지만, 수목원 한곳만을 목적지로 삼아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신록이 아름답다. 수목원에는 1500여 종 10만 그루의 나무가 빽빽하다. 식물원 안에는 수종식별원과 수생식물원, 전문수목원, 산림박물관, 열대식물원, 무궁화공원 등 다양한 테마 식물원을 조성해 놓았다. 특히 크고 작은 9개의 연못과 1㎞에 달하는 인공 수로에 꾸민 수생식물원이 특히 아름답다.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나무덱과 징검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어 수생식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다.

수목원 내 10㎞에 달하는 관찰로가 있어 관람과 트레킹을 겸하며 느긋하게 수목원을 돌아볼 수 있다. 식물원 이곳저곳에 잔디가 깔려 있어 자리를 펴고 앉으면 소풍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거대한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늘어선 산책코스는 낭만이 물씬 느껴져 연인들에게 인기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쩍새, 부엉이, 황조롱이를 비롯해 오소리, 살쾡이 등 50여 종의 야생동물을 관람할 수 있는 동물원도 있어 인기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도 반갑다. 055-771-6521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