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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4일(金)
실패한 대통령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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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내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선거운동 기간은 17일부터 23일간이다. 불과 25일 후에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이다. 4년여 전의 선택이 빚은 참혹한 결과에 국민 모두 깊은 상처를 입어 이번만큼은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13일 진행된 원내 5당 후보 첫 TV 토론을 지켜보면서 5명의 후보에게 위기의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특히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당선 가능성만큼이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외교·안보와 관련한 불안감이다. 두 후보는 사드 배치, 개성공단 재개, 한·미 동맹 등 핵심적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말을 바꿔왔다. 문 후보는 당초 사드 배치에 강력 반대했으나 ‘차기 정부에서 결정’→ ‘북 핵 도발 강행 시 배치 불가피’→ ‘(배치는) 주권적 결정 사항’→ ‘찬성과 반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다음 정부서 결정’ 등으로 입장을 바꿨다. 안 후보 역시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 ‘국가 간 합의’라며 찬성으로 돌아섰다. 문 후보는 ‘북핵 폐기 선행’을, 안 후보는 ‘상황 변화에 따른 국익 최우선’ 등의 명분을 내세웠으나 여전히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 본선이 시작되자 중도·보수 진영의 지지를 겨냥, 입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보 문제는 다른 국정 현안과 달리 제로섬 게임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 자체가 중요한 안보 자산이 된다. 특히 최근 한반도 상황은 구한말 위기에 비견될 정도다.

둘째, 공약의 진보 편향성과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다. 13일 발표한 문화일보·서울대 폴랩(Pollab)의 후보 정책입장 조사에 따르면 원내 5당 모든 후보가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3년 내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원자력 발전소 의존도 축소 등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더구나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에 반대했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했으며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 없지 않으나 나머지는 우리 사회·경제 여건상 실현하기 어렵거나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 결과 두 후보의 정책 성향도 각각 진보와 중도로 나타나 대선 구도가 진보로 기울어진 사실이 재확인됐다. 이런 구도에서는 보수의 표심이 왜곡돼 누가 선출되더라도 국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다. 문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서 경선 경쟁자 측 인사와 보수 진영 후보를 영입하는 등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TV토론에서 홍 후보와 유 후보를 적폐 세력 출신이라고 대놓고 규정하는 등 ‘편 가르기’ 인식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빠’로 불리는 열혈 지지세력을 두둔하는 등 친문 진영의 아바타란 의구심도 자초했다. 안 후보의 경우 40석의 소수 정당 대표인 데다 ‘한 바구니에 진보·중도·보수란 달걀을 함께 담아 달리는 형국’으로 지지 기반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 창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 당내 연대론 제압, 문-안 양강구도 구축 등 일련의 정치적 성공을 통해 형성된 자신감이 CEO 출신이 갖는 ‘무오류주의’와 결합하면서 ‘내가 하면 새 정치고 남이 하면 구태’라는 새로운 선민의식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후 두 사람 중 누가 당선되든 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기 위해 두 후보는 안보에 대한 종합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임기 내내 지켜나가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 실천 가능성과 미래 지향성에 문제가 있는 공약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대선 후 불가피한 협치의 방식에 대해서도 상세한 구상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탄핵 촛불시위를 통해 확인된 대한민국 국민의 집단지성은 이런 진정성을 보이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두 후보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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